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2.02 14:15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한진해운>

[뉴스웍스=김동우기자] 한진해운은 2일 주요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TTI)과 장비 리스업체 HTEC의 지분 매각절차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롱비치터미널의 1대 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세계 2위 스위스 선사 MSC, 2대 주주는 20%의 지분을 가진 현대상선이 됐다.

주요 자산을 모두 매각한 한진해운은 곧 파산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이번주까지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회생절차 폐지는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사실상 재기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파산절차에 돌입하도록 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세계 7위의 국적선사로 이름을 날렸던 한진해운은 결국 설립 4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일쇼크’, 대한선주 부실문제 등 각종 풍파도 견뎌내며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과 궤를 함께했던 한진해운이지만 최고경영진의 중장기 전략 부재 속에서 해운업황 부진과 글로벌 운임 치킨게임을 이겨내지 못했다.

1977년 ‘해운왕’을 꿈꾸던 한진그룹의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설립한 한진해운은 베트남 전쟁 특수로 회사가 급격히 성장한다. 한진해운의 설립으로 한진그룹 역시 (주)한진, 대한항공과 함께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 시스템을 갖춘 물류전문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한진해운은 1978년에는 중동항로 개척, 1979년 북미서안항로 개설, 1983년에 북미서안항로 서비스를 개시하며 해운업계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이후 1986년 북미동안항로 개설 및 냉동‧냉장 서비스, 미국 시애틀에 전용터미널을 개장했으며 1987년 국내 최초로 미국 대륙횡단 2단적 열차(DST) 서비스도 개시했다.

1988년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상선, 1995년에는 거양해운을 연이어 합병하면서 매출 1조원을 넘기며 국내 1위 해운사의 자리를 굳힌다. 1992년에는 국내 최초로 40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 오사카호를 도입했으며 2001년에는 터미널운영 합작법인인 TTI 설립하고 ‘롱비치터미널’을 운영하게 된다. 해운업이 호황을 맞은 2005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50대 우량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과시하며 세계 7위 선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세계적인 불황의 파고는 한진해운도 피할 수 없었다. 2006년 조수호 전 회장이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고인이 되면서 조 전 회장의 아내 최은영씨가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게 된다. 최 전 회장은 해운업 호황기의 낙관적인 전망만 믿고 선박 임차 계약을 10년 넘게 장기로 맺고 사업 확장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공격적 경영으로 최 전 회장은 ‘스타 CEO’로도 주목받기도 했으나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고 2009년부터 해운운임이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는다. 한진해운은 2011년 이후 3년간 1조원 넘는 적자를 내게 된다. 결국 2014년 최 전 회장은 경영권을 시아주버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기고 한진해운에서 손을 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고 한진그룹 차원에서 3년간 1조25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한진해운 자체적으로도 재무개선을 위해 비용절감 및 적자노선 축소 등의 노력을 하여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을 하는 성과도 기록했지만 지속되는 해운업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해 9월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법정관리 이후 한진해운의 주요자산들은 공중분해 됐다. 미주·아주노선 영업망은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롱비치터미널은 MSC와 현대상선이,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은 현대상선이 각각 인수했다. 인력도 SM상선, 현대상선 등으로 흩어졌다.

‘한진해운 사태’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대체 선사를 키우면 된다는 논리로 해운업 구조조정을 강행했지만 국적선사가 부재한 가운데 현대상선도 해운동맹 2M 가입에 실패하면서 한국기업은 해외 선사에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하는 상황이 됐고 한국 해운업은 세계시장에서 일본, 중국, 대만에 모두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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