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2.09 13:30

달걀·닭고기 이어 유제품·쇠고기·가공육 등 줄줄이 가격인상 가능성

<사진=SBS영상캡쳐>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이어 이번엔 구제역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먹거리에 대혼란이 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 산란계 대량 살처분에 따라 달걀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닭고기 수요가 회복돼 닭고기 값도 올랐다. 여기에 구제역의 여파까지 장기화할 경우 육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우유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유제품·육류·가공육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I 이어 이번엔 구제역…‘유제품·육류 대란’ 발생하나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닭고기 값은 AI발생 이후 소비가 위축돼 가격이 하락세였지만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산지가격 기준으로 지난달 23일 육계 1kg은 1252원이었지만 지난 7일에는 1901원으로 보름 만에 50% 이상 뛰었다. 실제로 대형마트 3사도 이날부터 주요 닭고기 제품을 5~8%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동안 시장을 뒤흔들었던 계란은 수입 조치 등으로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현재 계란 한판(30개)에 8000원대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5000원대였던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량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수급이 나아져 최근 매출이 신장했다”면서 “그러나 조류 살처분 규모가 워낙 커서 매출과 가격이 AI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올해 가을이나 겨울쯤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먹거리 대란’에 구제역까지 가세했다.

8일 경기 연천의 젖소 농가는 올겨울 들어 세 번째로 구제역 의심신고의 대상이 됐다. 비상이 걸린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간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충북 보은의 젖소에 이어 전북 정읍 한우도 구제역으로 확진 판명한 바 있다.

구제역이 현재까지는 초기 단계인데다 아직 확보된 물량이 남아 별다른 여파가 없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해 구제역이 계속해서 퍼지게 되면 우유와 같은 유제품과 소, 돼지고기 등 육류수급에 제동이 걸려 또 다른 ‘대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사상 최대 피해를 낸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견된 후 6개월간 전체 사육돼지의 30%에 달하는 약 348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당시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까지 치솟았다.

◆가격상승 우려에 식품·유통업계 ‘노심초사’

연이어 발생한 가축질병으로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AI에 이어 발생한 이번 구제역으로 육류의 공급과 수요가 어떤 식으로 뒤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주요 가공육 제조업체가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육류수급에 제동이 걸리면 가격도 급등할 우려가 크다.

실제 2014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고기 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CJ 제일제당은 냉동육가공과 만두 가격을 각각 7.1%, 5.9% 수준으로 인상했다. 또 동원F&B와 롯데푸드도 같은 해 육류가공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식품업체들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우유 대란’을 겪었던 유가공 업체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원유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개학 등으로 인해 우유 수요가 급증하는 3월까지 구제역이 잡히지 않으면 물량이 모자랄 수 있다. 원유가 부족해지면 버터와 생크림 등 우유 부산물로 만드는 제품 공급이 가장 먼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구제역으로 인한 불안감에 소비자들이 우유 마시기를 꺼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고온살균우유는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공식품업계도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긴장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우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돼지 구제역이 발생하면 타격이 커진다"며 "햄이나 소시지 등에 돼지고기를 쓰는데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불안·물가 상승에 소비심리 위축 우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축산물 질병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비심리 또한 위축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가축질병의 피해 지역이 커져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 섭취에 대한 불안감과 제품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가계소비를 줄인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77.2%가 '향후 AI가 더욱 확산될까 염려된다'고 답했다.

AI 사태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AI 발생 이후에도 국내산 닭고기를 평소처럼 먹고 소비하고 있다는 소비자는 41.6%에 그쳤다. 25.1%는 평소의 절반 정도의 수준을 소비하고 있었다. '절반에도 미치지 않게 소비한다'(22.6%),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10.7%)는 응답도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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