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3.07 09:08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마리 르펜 등 전 세계가 보호주의 기조로 들썩이고 있다. 그렇다면 ‘초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이런 경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단순히 생각하면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정치·경제에서는 나라 간 관계를 ‘단절’해나가고 있는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사이의 ‘연결’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데이터 연결이 세계를 고립시킨다.”

정부·기업·대학·언론·연구소 등 각 분야 전문가 16명이 지은 책 책 ‘빅 픽처 2017’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심지어 이들은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의 기조가 4차 산업혁명, 특히 인공지능(AI)의 발전에서 비롯됐다고까지 진단한다.

세계화 시대의 핵심은 국제 분업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 각종 부품들을 여러 나라에서 공급받고, 조립은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서 하는 식이다.

그 출발점은 2차 대전 이후였다. 당시 수송수단의 획기적 발전으로 10만톤 이상의 대형 유조선, 5만 톤 이상의 석탄·철광석 운반선 등 대형 선단이 출현했다. 이런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선진국들은 국제무역을 늘려 경제부흥을 촉진하기 위해 IMF-GATT 체제, 케네디 라운드, 세계무역기구(WTO)를 발족했다. 그 결과 지난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무역 증가량은 10배에 달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 AI, 빅 데이터,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등이 특히 제조업에서의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품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도로 작아진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선진국이 굳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소위 리쇼어링(Reshoring)이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독립적으로 저비용으로 제조 및 생산을 하게 됨으로써 국제 분업뿐만 아니라 무역량 자체가 급속히 감소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빅 피처 2017’의 저자들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저렴한 인건비와의 경정에서 살아남지 못한 미국 국민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따라서 세계화든 반세계화든 이로 인한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출 주도형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및 글로벌 정치·경제적 흐름의 변화로 인한 국민의 혼란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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