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5.11.20 17:22
과잉검열을 비꼬기 위해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이마에 힌두교 제사의식을 지낸 표식을 칠한 패러디 이미지<사진출처=트위터>

영화 007시리즈 신작 ‘스펙터’가 인도에서 키스신, 욕설신이 대폭 삭제된 채 개봉해 전세계 네티즌과 문화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20일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중앙영화심의위원회(CBFC)는 이날 인도 전역에서 개봉한 영화 스펙터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가 여주인공인 모니카 벨루치, 레아 세이두와 연기한 키스신이 지나치게 길다며 해당 분량의 절반 가량을 삭제했다. 욕설을 하는 장면 또한 두 군데 묵음 처리됐다.

배급을 맡은 소니 픽처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 않기 위해 부분 삭제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산스까리제임스본드’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검열당국이 바라는 007 영화의 주인공이라며 합성 사진과 풍자 글을 올리는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산스까리(sanskari)’는 인도어로 ‘고결한’ ‘교화된’이란 뜻을 지닌 형용사다.

실파 칸난이라는 네티즌은 “산스카리 제임스본드는 살인 면허는 있지만, 키스 면허는 없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한편 인도 문화계 인사도 이번 조치가 자의적인 검열이라며 비판에 동참했다. 영화 세얼간이의 원작 소설가인 체탄 바가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검열당국이 키스신 분량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하다”며 “영화를 보다가 ‘이거 너무 긴데요’하면 자르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CBFC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쇼크 판디트 CBFC 위원은 “이번 삭제 결정은 팔라지 니할라니 위원장이 자신의 판단으로 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환호받는 영화를 위원장이 망쳐놨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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