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2.20 17:36

지난 회에 이어 오늘도 북한군의 실태에 대해 쓰려고 한다.

육군의 실태가 그렇다면 공군과 해군은 어떤가 라는 필자의 질문에 북한군 소좌(소령)출신 탈북자는 거듭 말을 잇지못하고 손사래부터 친다. 공군의 실태 역시 전기사정으로 인해 훈련이 말이 아니었다. 북한의 비행장은 발전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송배전선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각 도와 시군에 위치해 있는 송배전부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쓰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국가의 전기사정으로인해 특수구역으로 지정된 공군비행장에서도 전기가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기부족'...비행훈련조차 할 수 없어 

그러다 보니 전기신호체계가 먹통이 돼있는 시간이 이젠 20년이 지났다고 한다. 하루에 2~3시간 전기가 오는 시간을 맞춰 비행훈련을 할 수도 없고 또 언제 전기가 들어올지도 모르니 모두 포기하고 그냥 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장마다 자체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지만 모두 녹쓸고 낡은데다 부품이 없어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비행기를 지하에 보관하고 정비하는데 지하격납고를 시공하면서 선진적인 방수대책을 세워놓고 건설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돼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1950~60년대 소련과 중국에서 들여온 비행기들 대부분이 모두 녹슬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훈련을 위해 비행기를 끌어내는 시설도 돼있지 않아 지하에서 비행기를 꺼내고 넣을 때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밀어 내고 넣는다고 한다.

더 열악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후 구소련에서 지원해준 MIG-21, MIG-19등의 전투기부품을 소련에서 들여와서 조립해서 쓰고 있는데 조립기술과 정비기술이 부족해 한때는 중국에서 비밀리에 정비원들이 들어와서 정비해 준적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배고픔을 달래느라 항공유를 훔쳐서 민간에 팔아 쌀과 음식을 바꾸어 먹고 대신 모자란 만큼 물을 채워 넣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라고 한다.

북한 공군의 보조전력으로 분류되는 미그-17기. 최근 북한 TV를 통해 김정은의 공군방문 시찰 화면에서 미그-17기가 포착됐다. 북한은 현재 미그-17기 100여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유튜브캡쳐>

'열악한 연료사정'...함정 출동훈련 1년에 10일에 불과 

한편 해군은 어떤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땅 짚고 헤엄친다’고 한다. 해병은 함정을 타고 바다에 나가 훈련하고 단련되는 것이 정상인데 연료사정으로 함정이 가동되는 일수가 일년에 10일정도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이론으로만 가르치고 육지에서만 훈련을 받다보니 대다수의 해병이 가장 기본인 수영할 줄도 모른 다고 한다. 나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흔히 북한에서 해병을 가리켜 ‘물개’라는 표현을 썻는데 이젠 물개대신‘땅개’로 부른다고 한다.

‘전쟁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그는 장담한다.

육해공군모두 원활한 통신이 보장돼야 하는데 통신상황이 열악해 동계, 하계 훈련 때마다 제일 힘들어 하는 부대가 통신을 담당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국가와 국방위원회에서 광케이블을 적극 장려하면서 그것이 각 부대마다 들어 온 적도 있지만 제대로 보수를 거치지 못하고 부품부족으로 거의 사용불가상태라고 한다. 컴퓨터 보급실태에 대해 물으니 연대마다 컴퓨터를 보급한다고 한 두 대가 공급 됐지만 인터넷도 없고 중앙에서 군을 통제하려는 시스템 같은 것이 깔려있지 않다고 한다. 오직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와 말씀만 나오고 사회주의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의 홍보물만 몇 개 들어 있다 보니 그나마 보이던 호기심도 이젠 거두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군대가 저렇게 되었다는 것은 나라가 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민군 초모병을 모집하면서 남자병사는 150센티 이상의 신체를 보유하여야 입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그 규정이 145센티로 하향 조정되었고 요새는 너무 신체가 왜소한 입대자가 많아 143센티까지도 군에 입대가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 남한의 중학교 1~2학년 남학생들 가운데 절반이상이 160센티 이상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나의 말에 소좌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말이 거듭 북한은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군·정보당국 북한군 실태 정확하게 파악해야  

어느새 서울 생활이 10년을 넘어선 필자역시 그의 이야기가 혹시나 일부지역에 국한된 것을 일반화 시켜버린 잘못된 정보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하는 맘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북한은 60년대 농업을 중시하면서 중공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경제정책을 폈다. 그 결과 전기부족으로 농업도 공업도 제대로 발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군사력도 이런 과정을 똑같이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래식 무기나 해‧공군 무기체계 구축보다 당장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다른 무기 체계는 낙후된 현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북한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낙후돼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과 정보당국이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든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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