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2.24 15:51

[뉴스웍스=이상호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굳이’ 만든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가 ‘중고나라’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제의 시계 뒷면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고 새겨져 있다. 황 권한대행의 승인 없이 탄생했을 리 없을 시계. 왜 만들었을까. 단순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닐 것 같다.

관련 보도 이후 야당들은 일제히 황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예의는 물론 국가적 불행이 있을 때는 이런 시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 총리실에서는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칭은 공식직함이며 공문서, 훈‧포장 증서, 임명장, 외교문서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도한 각종 중요행사 경조사시 화환‧조화‧축전 등에도 동일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선공무원 격려 또는 공관초청 행사 등에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념품(손목시계)의 경우에도 공식문서, 경조사 등에 사용되는 명칭과 같이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물론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그 책임을 이어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될 당시 고건 전 권한대행은 필요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직함과 ‘국무총리’ 직함을 구분해 사용했다.

<사진=중고나라 캡쳐>

세간의 관심은 시계에 새겨져 있는 문구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에서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다. 황 권한대행은 국무총리에 찍었을까, 대통령권한대행에 찍었을까.

대통령권한대행 시계 논란이 커진 것은 황 권한대행이 보인 태도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빈번하게 ‘과잉의전’ 논란의 한 가운데에 놓이곤 했다. ‘서울역 KTX 승강장 관용차 진입’, ‘노인복지관 엘리베이터 의전’, ‘오송역 버스정류장 주차’ 등 황 권한대행의 과잉의전 논란은 적지 않았다. 계속된 비판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또 대선행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예년과 분명히 달랐다. ‘국민적 대통합’, ‘여야 당대표-대통령 권한대행의 고위급 회동’ 등을 언급했고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답했다. 또 권한대행 임무를 부여받은 지난해 12월9일 이후 황 권한대행의 외부일정은 평균 하루 1.3건이었는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평균 하루 1.5건으로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지난달 초 황 권한대행은 총리실 책상 위에 놓인 명패를 바꿨다. 명패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고 적혀있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황 권한대행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 국민도 분명히 있다.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에서 대통령 몫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는 것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황 권한대행 사진이 등장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도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제게 주어진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발언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이 황 권한대행에게 부여된 책임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마치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중고나라’ 황교안 권한대행 시계 판매자는 “권한대행 체제가 수개월 안에 끝나는 체제이기 때문에 제작된 수량 또한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희소성을 고려하여 가격은 20만원으로 정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황 권한대행도 엄중한 시기의 한시적 임무수행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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