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2.27 16:26

중국 보복조치 우려...3.15 '소비자의 날' 희생양 가능성

경북 칠곡 성주골프장 전경 <사진=SBS화면캡쳐>

[뉴스웍스=김동우기자] 롯데그룹이 27일 이사회를 열고 국방부에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으로 중국 당국의 경제적 보복이 더욱 노골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롯데그룹과 국방부에 따르면 성주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상사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롯데그룹과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용지를 교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르면 28일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 공여, 기지 설계 및 환경영향평가, 기지건설 등의 절차를 밟아 오는 6월말께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서 운용 중인 사드 4개 포대 중 1개 포대를 성주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에도 이사회를 열어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와의 거래를 위해 타당성 검토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한국의 주요 수출품과 관광 등에 대해 보복성 규제가 잇따르자 롯데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중국측의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총 24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해 12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3조2000억원의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롯데면세점의 경우에도 매출의 70% 가량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

또 롯데자산개발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에서도 ‘롯데월드 선양’을 비롯해 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사업의 추진이 모두 무산될 수 있다.

다음달 15일로 다가온 중국 ‘소비자의 날’에도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중국의 관영방송인 CCTV는 해마다 이날 특정 외국기업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의 제물로 삼아왔다. 이번 표적은 롯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의 소비자 불만을 접수한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 롯데그룹은 사드 함구령을 내렸다. 롯데그룹이 자발적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모양새를 위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적으로도 중국측의 보복으로 인해 몰려올 후폭풍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결정된 후부터 중국측의 압박이 시작된 만큼 이번 결정으로 보복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보복이나 규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왔던 만큼 품질 경쟁력을 통해 소비자 시장에서 직접 신뢰를 얻고 영업전략 다양화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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