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1.22 18:19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한국 정치사에 불세출의 업적을 쌓은 만큼이나 정치인 발굴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명박,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그가 발탁한 대표적 인사다.

이른바 ‘YS 문하생’, ‘YS키즈’들은 민주화투쟁을 함께 한 동지적 성격의 상도동계 출신과 1990년 3당 합당 이후 부류로 크게 대별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정치적 결속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여야진영에서 큰 꿈을 그리고 있는 잠룡들이 다수 있다. 이 때문에 ‘YS키즈’란 모멘텀이 영 사라진 것은 아니며 재결속의 여지는 잔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역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YS키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다. 김 대표는 지난 1985년 YS의 상도동계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를 통해 YS와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22일 김 전 대통령 빈소에서 YS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차남 현철씨와 함께 상주의 역할을 자임했다.

새누리당에서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친박(친박근혜)계를 이끄는 서청원 최고위원도 YS를 ‘대부’로 표현하는 ‘원조 상도동계’다.

박관용,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동영 전 의원,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덕룡 전 의원 등 민주화시대 전후의 무수한 인사들이 YS의 정치적 동지이자 문하생으로 활약했다. 새누리당 중진 정병국 의원은 YS 비서출신의 상도동계 막내이다.

아울러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이인제 의원 등 전직 대통령이나 대권주자들도 YS가 발탁한 인사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13대 총선 때 YS가 당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 후보로 부산 동구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1월 3당 합당 때 YS와 결별했지만 YS에 의해 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자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YS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출마를 위해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바람을 일으키자 현대그룹 출신으로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이었던 이 전 대통령을 영입해 맞불을 놓았다.

세 차례나 대권에 도전했다가 꿈을 이루지 못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YS가 발굴한 거물 정치인이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도 대표적 ‘YS사람’이다. 진보성향 교수에서 1993년 YS의 발탁으로 경기 광명 보궐 선거에서 민자당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등을 지내며 대선 잠룡 반열에 올랐다. 2007년 대선 후보경선을 앞두고 탈당해 민주당으로 옮겨 강력한 대권주자로 활동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1997년 대선 때 YS가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라고 지칭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처럼 1988년 13대 총선 때 통일민주당 공천으로 여의도에 입성했고, 이후 최연소 노동부장관을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하며 대권까지 넘봤다.

YS가 집권중 딱한번 치른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현 정치권을 주름잡는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YS의 선택을 받았다.

대쪽판사로 불린 이회창 전 총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진보 개혁성향이어서 당시 여당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민중당 소속의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과감히 영입, 승부수를 던졌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검사였던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과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발탁됐다. 둘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 맹형규 전 의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5대 총선에서 YS의 부름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케이스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문민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인연을 갖고 있다.

15대 총선을 통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한 인사들 중에는 잠룡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YS문하생 출신 대선주자는 보수진영을 위주로 계속 배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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