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3.17 09:00
하나미는 벚꽃을 보면서 요리를 즐기거나 술을 마시는 작은 기쁨의 순간이다. 친구, 가족, 동료들과 벚나무 아래에서 소소한 일탈(?)을 통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다./사진출처=일본정부관광국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의 대표적인 야외 행사라면 단연 '하나미'다.

'하나미(花見)'는 단어 그대로 일본의 대표 꽃인 봄 '벚꽃'을 보러가는 나들이를 말한다. 벚꽃은 연초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개화하는 자연의 대장정을 선보인다.

하나미는 천년 전부터 일본 천황과 귀족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술과 식사를 즐기며 추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봄철 고급 행사로, 일반 서민들까지 편하게 즐기는 몇 안되는 날이었다.

이렇다 보니 하나미에서는 평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이 일탈을 감행할 수 있는 손꼽히는 시기로, 낮부터 얼큰하게 취한 어르신들이 단체로 가무를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등 일본인의 본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하나미를 즐기다보니 주류회사들은 하나미 시즌 한정 맥주나 와인을 만들고 백화점, 식품업체들 역시 하나미 한정 벤토(도시락)로 한몫을 톡톡히 챙기기도 한다.

하나미 시즌에는 주요 공원이나 벚꽃 명소들이 특별히 야간 조명을 비추며 환상적인 봄 나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금과옥조가 "사쿠라처럼 진다"는 말이다. 벚꽃은 필때 보다 봄눈처럼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사무라이다운 아름답고 명예로운 죽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나미에 숨겨있는 재미있는 비밀은 벚꽃이 강가에 심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나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강둑을 밟아 다지면서 범람을 막는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참으로 치밀한 일본인들의 속내가 아닐 수 없다.

3~5월 큐슈, 교토, 도쿄, 도호쿠, 홋카이도를 방문하면서 살랑이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꼭 한번 느껴보시길. 

세상을 뒤덮는 핑크빛 꽃잎들을 바라보면서 가슴 한켠에 강렬하게 내려앉는 비장미를 즐기기 충분하다. 자연스럽게 술을 부르는 분위기로 인해 평소보다 과음하기 쉬워 주의도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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