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3.08 12:14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앞으로 수년 뒤에 사회보험의 재정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8년 뒤인 2025년 한국의 사회보험 재정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형 사회보험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재정 불균형 전망

기재부의 발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2025년의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 추계다. 2016년 총 106조원이었던 것이 2019년에 두 배가 넘는 2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 20조1000억원, 공무원연금 7조1000억원, 고용보험 2조6000억원 등 적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지적된다.

1985년에서 2065년까지 출생, 사망, 자연증가 추이. <자료=통계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회보험의 재정적자는 갈수록 가속화할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공개한 2015년 기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985년 출생자수는 66만명으로 사망자수 24만명보다 42만명 많았다. 하지만 2029년에는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65년에는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보다 48만명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보험에서 인구구조가 중요한 것은 고령층에게 재정 지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반면 젊은층이 적다는 것은 사회보험에 기여하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액은 2023년 소진된다. 또한 2025년에는 적자 규모가 20조원를 넘어선다. 기재부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노인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의료비가 젊은이의 3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기준으로 약 57조원의 재정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과 소폭의 재정 흑자가 예상되는 산재보험, 사학연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회보험이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더 내고 덜 받자”...정부, 수입확대 방안 고심

사회보험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라고 표현되는 지출구조 합리화 조치다. 지출 규모가 수입 규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 명확하게 예상되는 만큼 수급액을 줄이고 보험 기여도는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수급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부터라도 사회보험의 지급액을 줄이고 보험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추계대로라면 미래 세대의 부담 확대도 가속화된다. 사회보험의 수혜를 받는 고령층과 재정에 기여하는 젊은층의 규모 격차만큼 미래세대에게 부담으로 남는데 이 격차가 앞으로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층이 그 앞 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의 사회보험의 독특한 구조에 기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큰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회보험의 구조를 손대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선후보 시절 각종 복지 공약을 내놓고 당선된 뒤에 공약을 후퇴하는 사례가 지속됐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연간 3400만원 이상의 연금‧임대수익을 올릴 경우 개별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고소득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걷는 내용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는 등 수입 확대 방안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모순적 구조’라는 본질 이해 필요”

반면 사회보험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보험은 개인의 소득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능력주의 요소가 있고 사회 구성원을 재정적으로 보조하는 소득 재분배의 요소를 동시에 갖는다. 현재 경제 주체들이 앞 세대를 부양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사회보험에는 내포돼 있다. 향후 기술 발달, 평균 연령 상향 등의 요인으로 인해 공적부조 기능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정의 건전성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보험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고령화 현상을 고정불변의 요인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재정 수지 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 확대 추세를 못박는 것은 결국 정부 스스로 고령화 시대의 정책적 조정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거‧취업‧출산장려 등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의 정책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 추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처음 사회보험을 디자인했을 당시에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따라서 총 보험 급여액을 새로 걷는 보험금을 통해 충당할 수 있는 구조였다. 정부의 기여도도 낮게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보험을 설계했을 당시 2000년대에 이렇게 극적인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할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상황에 비춰 수 십 년 뒤를 내다보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예측하기 힘든 미래의 변수도 충분히 돌출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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