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3.09 17:44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북한의 도로에 대해 쓰려고 한다. 남한에 와서 살면서 인상 깊었던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속도로들과 지방도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찾아가는학교' 통일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필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강의 때문에 남한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다니며 시외버스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놀라운 것은 고속도로나 국도는 그렇다 치고라도 경상북도 울진, 봉화 같은 구석구석의 외따로 떨어져 사는 2~3채의 민가 앞까지 포장도로가 뻗어 있는 걸 보며 놀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울진, 봉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강원도 북단에서부터 제주도 남단까지 어딜 가나 편리한 도로 교통수단으로 잘 정비 되어 있으니까...

북한의 도로는 강원도 고성에서 금강산 쪽을 지나 원산과 흥남, 단천과 청진을 지나 함경북도 선봉까지 가는 동해안 도로와 서울에서 파주를 지나 개성과 평양을 지나 신의주를 거쳐 중국의 단동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다. 이밖에도 동, 서해의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1980년대에 건설한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가 있으며 평양~순안, 평양~남포, 평양~향산 사이의 고속도로와 원산에서 금강산을 잇는 도로가 있으나 그 거리는 상당히 짧다. 또 도로포장방식은 남한처럼 선진적인 아스팔트 포장방식이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닥에 이어 놓은 방식이다.

평양행 북한의 고속도로. 차들이 없어 한산하지만 도로사정이 좋지않아 시속 50킬로미터이상 속도를내기는 힘들다. <사진제공=동국대DMZ연구소>

이외에 1급도로와 2급부터 6급까지에 이르는 도로들이 많은데 여기는 도로가 포장된 것이 아닌 일반 흙 또는 석비례 층으로 되어 있는 길들이다. 북한의 고속도로 포장률은 아마 전체 도로 비중에서 10%를 넘지 못할 것이다. 거의 80%에 달하는 도로들이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또 관리하는 주체가 각 지방의 도와 시, 군들이 다보니 일년에 도로정리를 하는 날을 정해서 각 직장과 기업소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도로정비를 하러 나가곤 한다. 하지만 도로를 정비하는 수단은 사람과 삽, 곡괭이, 빗자루 등이 전부이다. 중장비가 없다보니 도로정비라기 보다는 그냥 야외놀이삼아 나가서 도시락을 먹고 삽질과 빗자루질 몇 번씩 하고 들어오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장마철과 폭설이 오는 겨울에는 도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여름에는 많은 비에 도로가 패이거나 산사태가 도로를 막아 놓아 그걸 제거하러 공장, 기업소가 가동을 중단하는 적이 많으며 사람들이 일일이 삽으로 막힌 구조물을 퍼서 제거하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도로사정과는 별개지만 북한의 도로를 떠 올리다 보면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인민군대의 약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도로라는 것을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가적인 굶주림은 수많은 아사자를 낳았으며 인민군대의 식량사정도 말할 수 없이 가난했다. 그러다보니 배고픈 인민군 병사들이 무리지어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들에 매복해 있다가는 지나가는 화물차 앞에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커다란 돌멩이들을 양손에 든 채 위협하며 자동차를 가로막는다. 그리고는 기사를 폭행하고 화물차에 타고 식량구입을 다니는 가난한 노동자, 농민들의 몸에 지닌 돈과 식량, 옷가지 등을 마구 약탈하는 사건들이 하루에도 몇백건씩 일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김정일에게 보고되고 사형과 장기간의 구류 등으로 다스리기도 했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인민군대의 약탈은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던 곳이 북한의 도로이다.

북한의 고속도로는 콘크리트 함유량이 적어 자주 깨지거나 갈라지기 일쑤다. 공사중 푯말이 있는 북한의 고속도로. <사진제공=동국대DMZ연구소>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평양을 다녀온 많은 남한 사람들이 직접 보고 와서 남긴 이야기들에도 북한의 도로사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38선을 넘었더니 갑자기 차의 속도가 줄었고 북한에서 제일 컨디션이 좋다는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에서 서울의 시내주행속도보다 더 느리게 평양까지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한 두 사람의 증언이 아니다. 평양~개성과 평양~원산, 평양~향산 고속도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자주 이용하면서 특별히 관리를 쏟음에도 도로 곳곳에 콘크리트가 부서져 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도로는 고속도로에서도 자동차들이 시속 50킬로미터를 넘기가 힘들다. 이 외의 지방 도로들은 도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자동차가 한번 씩 지날 때 마다 흙먼지가 날려 도로 주변에 사는 민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한다.

또한 어떻게 정보가 유입이 되었는지, 아니면 남한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은 것인지 남한의 도로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소문이 사람들 속에서 일면서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한에 살면서 통일 후 ‘북한판 마셜플랜’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끔 이슈가 되는 것을 본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철도와 도로를 복구하는 것에만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빨리 통일이 되어 그곳 사람들도 온전한 철도와 도로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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