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3.20 15:56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뉴스웍스=이상호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최종예선 2차전이 오는 23일부터 시작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첫 경기인 중국전을 앞두고 지난 19일 출국했다.

한국 국민들이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싶어하는 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 아시아에서 가장 긴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은 한국의 8회다. 다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새 역사가 기록되는 셈이다. 

이는 전 세계 기준으로도 결코 남부럽지 않은 성과다. 한국보다 긴 연속 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20회),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으로 모두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이다.

현재 아시아 지역예선 A조에서 한국은 3승1무1패로 이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위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1위 이란(11점), 3위 우즈베키스탄(9점)과 불과 1점씩 차이가 날 뿐이기 때문이다. 남은 최종예선 경기에서 한 경기라도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본선 진출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변이 없는 한 최장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기록은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10월 취임 이후 2년 5개월째 감독직을 수행 중인데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가 9월 5일로 예정돼 있어 2년 11개월 이상 감독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현재 최장 기록은 2007년 12월 취임해 2010년 7월 퇴임한 허정무 감독이 가지고 있다. 2년 이상 감독직을 수행한 것은 1992년 김호 감독, 1998년 허정무 감독 정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이끌며 국민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결승전에서 준우승이 결정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대표팀과 국민들을 위로하고 치하했다. 서툰 한국어로 전한 짧은 메시지가 가진 힘이 적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시절은 화려했다.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난 슈틸리케는 1973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에 입단했고 이후 분데스리가 3회, 독일컵 1회, UEFA컵 1회 우승했다. 4년 뒤인 1977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1985년 팀을 떠나기까지 라리가 3회, 스페인컵 2회, UEFA컵 1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때 레알 마드리드에서 얻은 별명이 ‘독일 전차’다.

독일 국가대표로서도 활약이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로서 42경기에 출전했는데 유로 1980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1982년 월드컵 준우승에 기여했다.

다만 화려했던 선수생활에 비해 감독으로서의 성취는 크지 않았다. 1989년 4월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지만 메이저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독일 U-20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해 대회에 출전했지만 2001년 16강에서 탈락했고 2003년 대회에서는 조별 탈락했다.

2006년 월드컵이 종료된 직후 코트디부아르 감독에 취임했지만 아들의 건강 문제로 15개월만에 사임한다. 2008년에는 스위스의 FC시옹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5개월여 만에 경질된다.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까지 카타르의 알아라비SC, 알사일리아SC 등 중동 축구클럽 감독을 역임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2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팀을 이끌고 있지만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취임 초기였던 2015년 호주 아시안게임에서는 ‘늪 축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이후 점차 특징과 장점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내부 소통이 잘 안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중앙수비를 줄곧 맡았던 장현수는 지난해 10월 6일 카트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이 끝난 뒤 “나도 왜 내가 풀백으로 뛰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축구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란 원정경기에서 패한 뒤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골잡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인데 감독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오는 23일 중국에서 치러지는 한국과 중국의 경기는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와 이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 등 현재 양국이 처한 국제정세와 맞물려 의미가 특별하다. 승패를 떠나 양국 경기가 스포츠의 본령인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