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7.03.24 11:18

한은 보고서…"금리상승 땐 소매업·음식점업 등 영세업자 위험 커져"

[뉴스웍스=최안나기자]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들의 빚이 가파르게 늘면서 대출액이 480조원을 넘어섰다. 가구당 평균 1억1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2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57조7000억원(13.7%) 증가했다. 연간 증가액과 잔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이는 신용조회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받은 약 100만명의 가계부채 미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308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7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별로는 일반은행이 347조2000억원, 2금융권이 133조원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대출 비중은 부동산임대업이 39.3%로 가장 많았으며 ▲도소매업 15.7% ▲음식숙박업 9.8% ▲제조업 9.1% ▲기타 26.1% 순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1억1300만원(2016년 3월말 기준)으로 상용근로자 가구 평균 부채 7700만원의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LTI)은 자영업자가 181.9%로 상용근로자의 119.5%보다 훨씬 높았다. 자영업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 비율은 41.9%였다. 100만원을 벌면 41만9000원은 빚 갚는 용도로 쓴다는 얘기다. 이 역시 상용근로자 가구의 DSR 비율(30.5%)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가구 부채상환 부담은 실제 연체율로 이어졌다. 지난 1년간 30일 이상 연체를 경험한 가구 비중은 자영업자 가구가 4.9%로 상용근로자 가구(1.7%)의 3배에 육박했다. 소매업(8.6%)이나 음식점업(6.4%)은 연체 경험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자영업자 중 소득 하위 40% 이하인 저소득 생계형 가구는 69만6000가구(23.8%)로 이들의 대출금은 42조8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약 10%로 추정됐다. 특히 생계형 가구의 대부분인 62만4000가구는 유급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가구당 평균 4700만원이었으나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어 부실 위험성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자영업자 LTI 비율은 220.9%로 상용근로자 가구의 2배 수준이며 연체 경험 비율도 9.8%나 됐다.

소매업이나 음식점업에 비해 규모가 덜 영세하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 호조로 대출이 급증한 부동산임대업도 걱정거리다. 부동산임대업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9600만원으로 자영업자 전체 평균보다 훨씬 많다.

한은은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영세 자영업자 가구의 대출 상환 위험이 커질 가능성으로 우려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게 되면 소매업, 음식점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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