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연기자
  • 입력 2017.02.20 09:00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한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YTN영상캡쳐>

[뉴스웍스=이동연기자] 최순실 사태로 이어진 국회 청문회, 특검 수사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정경유착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대한민국 대표 기업 총수들이 대거 청문회장에 끌려 나오고, 검찰조사 선상이 오르는 등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잇달아 연출되면서 전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된 것은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슬픈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뿌리 깊은 정경유착 비리는 끊임없이 진화돼 왔다. 과거 재벌들이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특혜를 얻어내기 위해 정권과 유착했다면, 최근에는 경영권 세습을 위해 정권에 줄을 대는 방식으로 정경유착의 유형이 변화하고 있다.

정경유착 문제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손창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발전을 명목으로 정부 주도형 수출산업을 육성하면서 특정 기업에 이권이나 기회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정권과 재벌 간 밀착관계도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쿠데타 등으로 집권한 정통성 없는 정권들이 정권 유지를 위해 천문학적 통치자금을 필요로 했고, 돈을 주고서라도 정권이나 관료들로부터 특혜를 얻고자 하는 재벌의 이해관계가 이에 맞아떨어지면서 정경유착이 지속됐다는 게 손 교수의 분석이다.

정경유착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군사정권 이후에도 정경유착은 꾸준히 반복돼 왔다. 정치집단 유치를 위한 통치자금이 필요했고, 재벌은 이를 빌미로 필요한 관심사를 해결하고 각종 규제를 피해가는 일들을 반복해 온 것이다.

문제는 정경유착의 시작이 워낙 오래됐고, 그 원인도 정치·경제제도에 폭넓게 기인한 만큼 단기간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건 쉽지 않다는데 있다. 특히 재벌기업의 경제활동에 국가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장 재벌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금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막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재벌개혁에 나설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되고, 역대 정부와 같이 말로만 그친 개혁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조차도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정경유착의 피해가 곪을 만큼 곪아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목소리만 높이면 모든 일이 해결될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특히 어떤 정책이나 일이 성공을 거두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세상이 변하고 대한민국도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잘못된 제도는 바꿔야 한다”며 “만약 재벌개혁을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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