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2.22 09:00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도 무분규 임금협상을 노사간 대화로 마쳐 29년째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경제성장 간에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신뢰는 더 많은 경제적 가치 교환과 투자 활동을 촉진하고, 이것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결과의 골자다.

신뢰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공유경제 앱과 블록체인과 같이 최근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은 구성원 간의 신뢰 관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자장면을 시킬 때조차 우리는 업장의 위생 상태와 식재료의 안전,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신뢰해야만 한다.

하지만 신뢰를 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인류는 가족이나 부족 단위의 신뢰 체계를 구성했다. 상대방을 쉽게 믿을 수 없어서다. 문제는 이것이 너무 배타적이라는데 있다. 가족, 혹은 부족 내부에서 자원과 지식의 교환은 자유로웠지만, 외부와의 상호 작용은 철저하게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득세한 오늘날도 단절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불신의 사회에서 최근 나오는 새로운 기술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버(Uber)가 택시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고객별 평점표와 레스토랑의 평점 정보를 제공하는 앱 엘프(YELP)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평가 덕분에 고객 서비스의 질이 놓아지고 회사의 평판에 더욱 신경을 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

공동의 거래 장부 작성을 기반으로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신용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불신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켠에서 보면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나눠 진흙탕 싸움을 하는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

문제는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데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것은 이념적인 대립보다는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가 급선무다. 재벌개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한 선결조건도 신뢰다.

물론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좁히려면 한 차원 높은 신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뢰는 결국 습관이다. 작은 일상에서의 신뢰는 궁극적으로 더 큰 신뢰로 이어진다. 촛불과 태극기 행렬에 대한 작은 이해가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된다. 서로 이해하려 노력해 보자. 그래야만 대한민국과 우리 경제가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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