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2.24 09:00
국회 본회의장 전경. 정권교체시기때마다 정치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개혁 입법안 하나 제대로 국회에서 통과된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DB>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정치개혁 없이 재벌개혁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개혁이 없이는 정경유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재벌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은 정치권력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한국적 현실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입장은 '재벌도 공범이다'는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우선 권력의 힘에 대기업도 꼼짝 못하는 갑을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와 같은 막강한 대통령제에서는 정치가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도 정치권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력에 대한 기부가 관례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권력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치권에 대한 기부는 예전부터 국가운영과 관련해 관례적으로 해왔던 일이거나 강요에 의한 기부이기 때문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유착의 문제점이 일정부분 정치권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한데도 정치권은 아직 상황인식을 정확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여론에 떠밀려 무작정 재벌에 대한 압박만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을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높아서다.

실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물론 여권인 자유한국당 마저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이 구상하고 있는 재벌개혁 법안들은 대부분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 재벌의 경영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재벌 개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잘하는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표를 잡기 위해 단순히 목청만 높여서는 안된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곰곰이 자성해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재벌 때리기’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이지만 정작 자성의 목소리나 자정에 대한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경유착의 원인이 재벌 한 쪽만의 책임이 아님에도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재벌개혁만큼이나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정경유착은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자꾸 재벌 지배구조만 이야기하면 달라지는 게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접근 방법이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벌개혁을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을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치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 정점인 1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며 “여야 정치권은 정경유착이 통할 수 없는 투명한 경제운영체제와 1인 절대 권력을 분산하는 새 정치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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