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2.27 09:00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총수들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청문회 장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YTN영상캡쳐>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최근 거론되고 있는 재벌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총수일가의 제왕적 경영에 대한 수술이다. 특히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지배효과’를 내려 하는 재벌들의 각종 편법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현재 재벌들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높인데 있다. 기업의 덩치는 커졌는데 막상 가진 돈은 이를 감당할 만큼 없다 보니 계열사, 공익재단 등 온갖 ‘꼼수’를 활용해 지배력을 확대해온 것이 재벌들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편법 재산증여, 소액주주 권한 침해 등 수많은 부작용이 양산됐고, 기업에 따라선 수백 개에 달하는 기형적인 순환출자 고리도 형성됐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총수 지배력 확대에 대한 꼼수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탄핵정국 이후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벌개혁 없이는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면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기업의 지배구조부터 손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세부과제로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전락해 재벌의 문어발 확장과 3세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생각도 문 대표와 비슷하다. 아직 구체적인 재벌개혁 관련 공약은 내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 검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진보정당 대선 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재벌의 3세 경영세습을 금지하고, 계열분리 명령제도 및 기업분할제를 도입해 총수 일가의 독식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도 재벌개혁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총수 일가의 개인 기업 설립을 금지해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 금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시장친화적 규제’를 강조하며 현행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법, 세법 중 재벌개혁에 필요한 규정을 모아 대기업집단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대권 주자들이 내놓은 방침에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재벌개혁의 핵심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제왕적 경영을 꼽으며,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들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총수일가들이 경영권과 경영참여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영권의 사적편익 때문"이라며 "국제 비교연구 결과 한국의 사적편익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경영권을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사적 이익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어 “사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총수일가들이 경영권을 통해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 유용 등 기업가치를 침해하는 일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고리를 끊지 않는 한 개혁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총수의 제왕적 경영에 대한 기업 안팎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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