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3.03 09:00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재벌의 경영 승계는 정경유착 뿐 아니라 ‘부의 불평등한 대물림’,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불법이나 편법적인 경영 승계를 막고, 그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권에서는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받아야 할 법적 규제나 관련 비용 지출이 현재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유튜브캡쳐>

문제는 법적 규제 강화와 경영승계 비용이 늘어난다고 편법적인 경영 승계를 막을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일정부분 효과는 있겠지만 부의 승계와 기업의 영속성과 관련한 인식전환이 없으면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정책과 관련해 경제민주화나 정의, 형평이 아닌 성장과 연계 시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평등하게 가난하기’보다는 ‘내 지갑이 더 두둑해 지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벌 개혁을 평등이나 정의로 치환할 때마다 보수 기득권층은 "그래서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냐?"라는 논리로 반대했고, 이 반론은 대단히 유효한 억지력이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성장과 재벌개혁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파하지 못한다면 재벌개혁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이슈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재벌 중심의 성장론과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벌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실제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그동안 재벌기업을 옹호해 온 논리인 '낙수효과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개발시대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었던 논리를 이제 버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낙수효과론은 재벌대기업을 우선 지원해 성장시키면 그 성장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장기저성장 시대에 재벌구조는 한국경제의 혁신적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정책으로 단기간 고도성장은 가능했지만 가계살림은 나아지지 않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이는 재벌기업들이 시장과 경제를 지배하는 기업생태계의 극심한 불균형과 불공정한 시장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사이에서도 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혁신은 실종되고,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총수일가 3·4세 경영승계는 갖가지 불법·편법 사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소유에 집착한 비합리적 경영판단으로 그룹이 해체되거나 규모가 크게 줄어든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기업 스스로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벌에 대한 각종 규제가 많아 질 것이 명명백백한데 먼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이로 인해 기업의 존속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이라고 주문한다. 실제 차기 정권에서는 재벌 총수의 전횡을 방지와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막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노동조합 혹은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정책 도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재벌 총수가 갖는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정상화하는 것과 재벌 총수만을 위한 의사결정을 다른 주체가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한 총수일가가 경영에서 손떼고 능력과 책임있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전문대기업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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