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4.12 13:24

[뉴스웍스=김동우기자] 봉급통장을 볼 때 마다 화가 치민다. 적은 돈이지만 모아보려 노력하지만 통장에 찍힌 이자소득을 보면 저축할 마음이 확 사라진다. 이자소득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금리인상기라 해서 예금이자를 제때 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반면 대출이자는 왜 그리 빨리 반영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미국 금리인상 얘기만 나와도 속사포처럼 올린다. 그렇다보니 “은행이 가계대출을 통해 떼돈을 번다”는 얘기가 결코 틀린 말로 느껴지지 않는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지난해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이 사실이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지주회사의 순이익 7조5019억원으로 전년말(6조2718억원) 대비 1조2301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율이 무려 19.6%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약 1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부실우려 기업여신을 줄이면서 대손비용은 6000억원 줄었다. 은행지주회사의 대손비용은 2013년 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4년만에 약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은행이 가계대출로 떼돈을 벌어 기업 부실여신을 대거 털어내 수익성을 높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은행의 순이익마진(NIM)은 올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대출 총액이 크게 늘기는 어렵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될 것으로 보여서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2금융권까지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을 도입했다. DSR은 기존 대출 규제인 DTI(총부채상환비율)보다 깐깐한 대출심사 지표로, 기존 대출의 이자와 원금까지 함께 따져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연체율 하락과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올리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명분이 있어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자율구조조정을 하든, 법정관리를 가든 상당한 규모의 추가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가계에서 떼돈 벌어 기업부실 털어내는 은행의 행태가 바람직한가에 있다. 물론 이익을 내야 은행이 살고, 부실도 털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한쪽(가계)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야 하는 지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무리한 희생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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