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4.12 17:43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최근 번화가를 중심으로 인형뽑기 가게, 일명 ‘뽑기방’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홍대나 강남 등 서울의 주요 번화가에는 골목마다 최소 1개씩은 꼭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대다수가 간이과세자로 등록한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월말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뽑기방의 수는 1705곳이다. 2월말 1434곳 대비 18.9%(271곳) 증가했다.

지난해 2월 21곳에 불과했던 뽑기방은 같은 해 8월 147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12월에는 880곳으로 불어났고 올해 1월말에는 1164곳으로 1000곳을 돌파하는 등 매달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도박을 포함한 게임산업은 불황산업에 속한다. 최근 뽑기방의 인기는 드라마나 예능과 같은 다양한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등의 이유도 있지만 술 말고는 즐길 거리가 부족한 한국의 여가문화 속에서 불안한 현실에 대한 위안을 받고자 하는 심리적 요인도 한 몫하고 있다. 인형뽑기를 즐기는 시민들은 1만원 이하의 적은 돈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인형뽑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문제는 이러한 뽑기방의 대다수가 간이과세자로 등록한 채로 영업을 하고 있어 탈세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간이과세 제도는 연간 매출이 일정금액(4800만원) 이하인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해 세금계산서의 작성교부와 제출, 신고와 납부 등 제반의무를 단순화해 납세비용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부가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금액으로 산출하지만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10%의 세율을 적용해서 구한다. 이를 통해 산출한 세율은 0.5~3%로 일반 부가세율인 10%보다 크게 낮다.

연매출 4800만원이면 단순계산으로는 월 매출 400만원, 일 매출 13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뽑기방은 대부분 무인으로 CCTV만 설치한 채 운영되기 때문에 오후 10시부터 청소년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업주가 잠깐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인건비조차 들지 않는다. 뽑기방의 매달 운영비용은 점포 임대료와 공과금, 기계 안에 들어갈 인형 구입비 등이면 충분하다.

뽑기방 프랜차이즈 A사에 따르면 뽑기방의 순수익은 월 평균 500만원 수준이다. 상권이 좋으면 1000만원 이상, 아주 좋을 경우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간이과세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뽑기방의 매출은 전혀 간이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현금장사’로 운영된다.

따라서 뽑기방의 매출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당 고정 매출이 존재하는 PC방이나 한 명당 최소한의 기대 매출이 존재하는 요식업과 달리 뽑기방은 한 명이 얼마나 많은 게임을 할지 예측할 수 없으며 매장 방문자들이 반드시 게임을 한다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는데 영수증을 발행할 필요도 없다.

영세한 뽑기방은 간이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 맞지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편법으로 수익을 얻는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간이과세 제도가 소득을 고의로 줄인 세금 탈루업자들에게 부당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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