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3.01 04:58

원제: A Tax on Robots?

2017년 2월2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린 야니스 바루파키스(그리스 전 재경부장관, 아테네대 경제학교수)의 칼럼을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맨 아래 '원문보기'를 클릭하면 영문 칼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켄은 농부 루크를 대신해 대형 수확기계를 운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켄의 급여는 소득세 및 사회 보장 수당을 만드는 데 쓰이고, 이는 정부의 불우이웃 지원 프로그램 자금을 지원한다. 아아, 루크는 켄을 넥서스로 대체하려 한다. 넥서스는 어떤 날씨에도 점심시간, 휴일 또는 병가 없이 더 길고 안전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로봇이다.

빌 게이츠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자동화의 대체효과가 야기할 사회적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넥서스가 소득세를 내거나 루크가 켄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상당한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로봇 세금’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과 같은 것을 조달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련된 다양한 제한 중 하나인 게이츠의 제안은 부유한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소홀히 여긴 자본주의와 인간 본성의 ‘매혹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넥서스(로봇)는 켄(인간)과는 달리 루크(농장 운영자)와 노동계약을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동화의 핵심이다. 실제로, 넥서스는 임금을 받지 않을 것이다. 넥서스를 대신해 소득세를 추산하는 유일한 방법은 켄의 지난 연간 수입을 참고해 루크의 수입 소득세, 켄이 지불한 만큼의 사회보장비용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켄의 소득은 해고되지 않은 동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테지만 ‘임의로’ 그러니까 세무 당국이 사업에 대해 지정하지 않는 한 기준 급여가 바뀌지 않는다. 세무서와 루크는 계속 일하고 있을 때를 가정해 켄의 급여가 오르거나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한 추정에 때문에 충돌하게 될 것이다.

둘째, 인간이 운영한 적이 없고 로봇이 작동시키는 새로운 기계의 출현은 이러한 로봇이 세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급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급여로 활용할 인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루크가 넥서스에 대해 ‘소득’세를 지불하도록 정당화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어렵지만 넥서스가 운영하는 수확장비는 그렇지 않다. 어쨌든 둘 다 기계이고, 수확장비는 넥서스보다 훨씬 많은 인력을 대체했다. 넥서스와 수확기를 다르게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넥서스가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넥서스는 수확기와 차원이 다르게 자율적일까? 더 진보한 넥서스는 자발적으로 또는 제조업체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갖게 되는 경우에만 자율적인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

넥서스(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Nexus-6 복제본과 같이)가 도약을 성공하는 경우에만 ‘그’는 자신이 운전하는 수확기계와 구별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그러나 인류는 생활 임금, 최소 혜택 및 입양을 포함해 넥서스의 자유와 켄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새로운 종과 새로운 시민을 위한 (내가 기꺼이 참여할)권리운동을 만들어낼 것이다.

세무 당국과 산업의 (세금 감면 및 부패를 동반한)갈등 없이 로봇에 소득세를 매길 수 없다면 판매 시점에서 넥서스를 루크에게 판매할 때 과세하는 것은 어떨까? 주(State) 당국이 켄(인간)을 넥서스(로봇)로 대체하는 순간 농부 루크에게 일괄형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이 물론 가능할 것이다.

게이츠는 로봇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두 번째 최선의 대안을 지지한다. 그는 자동화의 속도를 늦추고 기술의 대체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세금 부담을 만드는 것이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봇에 대한 일시불 세금은 그저 로봇 제작자가 인공 지능을 다른 기계 안에 묶어 두게 할 뿐이다. 넥서스는 수확기계에 점점 더 통합되어 결국 단순한 수확 작업을 수행하는 부품과 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로봇 판매세가 떨어지거나 일반 상품판매세와 같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자본재에 매기는 세금에 대한 소란을 상상해보십시오.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사람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래로 우리는 재산과 자본, 즉 부와 지대, 이익을 구별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것이 부유세를 설계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넥서스와 수확기계를 구분하는 개념상의 문제는 로봇 세금이 어떻게 매겨져야 하는지 동의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왜 자본주의 하에서의 삶이 이전의 삶보다 더 복잡한가? 구현하기 쉽고 합리적이면서 단순한 로봇 세금에 대한 대안이 있다. 보편적 기본배당(universal basic dividend, UBD)은 모든 자본의 수익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신규 주식 발행의 일부분이 기본배당 지급을 담당하는 공공재단에 제공되는 것을 상상해보자. 사회는 효과적으로 모든 기업의 주주가 되며 배당금은 모든 시민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

자동화가 생산성과 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한 전체 사회가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새로운 세금도 없고 세금 코드에 대한 복잡한 문제도 없고 복지국가의 기존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UBD를 통한 높은 수익과 자동 재분배로 소득이 증가하면 복지국가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강력한 노동권과 품위 있는 생활 임금이 결합된 번영의 이상은 새로운 삶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처음 두 개의 산업혁명은 위대한 발명가가 헛간에서 생산한 기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자신의’ 기계가 생산한 소득에 대해 재산권을 요구하는 교활한 사업가들에 의해 이뤄졌다. 오늘날의 기술혁명은 확대되는 자본 생산의 사회화가 써내려가고 있다. 실용적인 응답은 현재 자본이 생성하고 있는 대규모 수입의 재산권을 사회화하는 것이다.

즉, 넥서스나 루크에게 과세하는 것은 잊어버리자. 대신 농장에서 발생하는 자산의 일부분을 공공재단에 두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지불을 하도록 하자. 또한 우리는 여전히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임금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하며, 우리의 세금은 켄의 실업수당, 지역사회에서 보장된 유급직업 또는 재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출처: Project Syndicate>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아테네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과거 그리스 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원문보기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