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1.24 15:19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른바 ‘정치적 아들’을 자처한 김무성 대표가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지키며 사실상 상주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김무성 대표의 행보를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전략으로 읽는 부류도 있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발을 디뎠고 그의 그늘에서 정치적 역량을 키웠으니 ‘상도동계’의 적자라고 하는데 무리가 없다. 물론 현재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하면 장례식장 현장을 챙길만 한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빈소에서 눈물 흘리는 김 대표의 모습에서도 그의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상주인 김무성 대표와 이른바 ‘생물학적 상주’인 김현철 씨의 관계가 관심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 김현철 씨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따금씩 언론에 오르내리곤 했었다. 

그런 가운데 김무성 대표에게 가했던 정치적 공격이 다시 화제다. 그는 언론 인터뷰는 물론 SNS를 통해 김무성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가 병문안도 오지 않는다며 비판한 내용은 그만큼 그가 더 이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비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부터 불과 한 달하고 보름 전인 시점에도 'YS문하생의 유전자가 틀렸다'는 표현을 써가며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했다. 김현철 씨 본인이야말로 '정치적으로도 아들'임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물씬 든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현철씨를 정치적 아들, 정치적 상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만큼 김현철 씨가 ‘너무 나갔다’고도 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김 대표가 그만큼 높은 영향력과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김현철 씨가 생물학적 상주와 정치적 상주를 ‘겸임’할 수 없는 현실을 그의 아버지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나저나 정치는 참으로 묘하다. 이렇게 또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김무성 대표와 김현철 씨. 적어도 김영삼 대통령이 남겼다는 '통합의 정신'이 장례식장에서 이 둘에게는 잠시 나타난 것 같다.

하지만 통합과 화해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이제 곧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다. 선거를 앞두고 김현철씨의 '정치적 상주'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못할 것이다. 

민주화 지도자인 아버지의 적통임을 내세우는 김현철씨는 더 이상 김무성 대표와 한 배를 탈 수 없다. 현 정부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김무성 대표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결국, 언젠가, 그리고 어김없이 그는 다시 김무성 대표에 대한 날선 비판을 들고 나올 것이다. 오늘날 정치적 상주 자리를 내줬던 것에 대한 기억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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