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4.14 17:11

[뉴스웍스=이상호기자] 북한의 태양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에서는 고인인 된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을 태양절이라 부르며 중요한 명절로 지키고 있다. 태양절은 1997년 김일성 삼년상에 맞춰 북한 노동당이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하며 시작됐다. 태양절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 김일성 생일은 ‘4‧15 명절’ 등으로 불렸다.

이번 태양절이 주목 받는 이유는 미국의 군사적 대북 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지에 관심이 커진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일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시리아 공군 기지에 미사일 59발을 쏟아 부었다. 그러더니 14일에는 이슬람 무장조직 IS의 근거지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 동부 닝가르하르주 아친지구의 한 동굴지대에 GBU-43 1발을 투하했다. GBU-43은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가진 폭탄으로 핵무기가 아닌 폭탄 중 가장 파괴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모두 북한과 중국에 보내는 시그널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미국의 경고에도 북한이 6차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방식의 도발을 강행한다면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5일을 남겨둔 대통령 선거가 영향을 받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북한 내부에서는 태양절을 일종의 축제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태양절을 대외에 홍보하기 위해 외신기자 200여 명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태양절을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의 중요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김씨 일가는 선대를 신격화하면서도 현재 지도자로서 자신을 향한 당과 군의 충성을 재확인함으로써 지위를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태양절을 보낸다.

“위대한 김일성 주석께서 탄생하신 태양절을 맞으며 온 나라는 경축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의 보도 중 일부다. 태양절에는 각종 전시회, 체육대회, 노래 모임, 주체사상 연구토론회, 사적지 참관, 결의대회 등의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우리민족끼리>가 내놓은 보도에서는 ▲중앙사진전람회 ▲제5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조선우표전시회 등 화려한 모습이 부각됐다. 또 13일에는 외신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여명거리 준공식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북한은 여명거리 완공을 ‘태양절을 더욱 환희롭게 장식하는 경축의 축포성’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태양절에는 무력도발이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태양절 같은 대형 기념식을 전후로 행하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일종의 ‘축포’로 여기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무력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 여론을 다잡기 위해 무력시위를 활용한다. 때문에 가장 큰 명절로 여겨지는 태양절에 무력도발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항상 나왔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당시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행보를 달리했다. 지난해 태양절 새벽에는 동해를 향해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2015년에는 행사 규모는 크지 않았고 태양절을 8일 앞둔 7일 단거리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2014년 3월26일 노동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기도 했지만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의식해 태양절 전후로는 군사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태양절은 어떨까. 우회적으로 군사력을 강조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규모 열병식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태양절인 15일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작전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한이 6차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도 북한의 돌발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관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은 상대를 자극하는 핵‧미사일 관련 행보를 잠시 멈춰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안전뿐 아니라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는 데에도 이롭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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