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3.21 14:08
수원시에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노인안전돌보미 사업.

우리나라의 노인을 위한 응급대응시스템(PERS)은 공공서비스로 시작해 여전히 정부 사업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수준은 서구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아직도 민간으로 확대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다.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치기반의 유비쿼터스를 이용해 건강관리를 하는 기술을 노인에게 적용한 것이 2006년이다. 당시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도서지역 원격 U-health시스템 구축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와 홀몸노인의 안전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센서를 실내에 부착해 홀몸노인의 출입과 활동을 측정했다. 또 방문간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휴대용측정기로 건강을 살피고, 그 결과를 PDF를 이용해 의사에게 보냈다.

이듬해인 2007년 마산시에서도 홀몸노인에 대한 안전관리 시범사업을 했다. 활동감지 센서와 출입감지센서, 전기사용 센서를 설치해 노인의 위험한 상황을 감시했다.

본격적인 시범사업은 2008년부터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원격의료와 독거노인 안전관리분야를 선정해 산간이나 도서지역, 기초수급대상자, 65세 이상 고영자 등 의료취약계층 및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건강모니터링 서비스를 추진했다. 이른바 홀몸노인 U-Care시스템 구축사업이다. 충남, 경기, 전북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 독거노인의 활동량 감지센서와 출입감지센서, 화재 및 가스감지센서 기술을 적용하고, 무선전등 스위치, 응급호출기 등을 제공했다.

응급상황알림서비스 실증사업으로는 2015년 대구광역시가 미래창조부의 지원을 받아 연꽃마을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후 지자체마다 예산을 마련해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응급안전돌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혜택을 받는 노인은 8만 여명. 하지만 우리나라 홀몸 노인 수가 2015년 기준 138만여 명이니 10%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그렇다면 일반 노인들은 이런 기술의 혜택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IoT기술을 기반으로 텔레케어 서비스를 시작한 하이디어솔루션즈(대표이사 이승엽)의 사업 매출 역시 대부분은 정부 공공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규만 기술영업 담당은 “일반인 가입자는 3000명에 불과해 민간에까지 확산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공공서비스는 화재·가스 감지, 그리고 응급호출기능이 고작이다. 홀몸노인 집안에 활동 감지센서와 화재·․가스 감지센서 등을 달아줘 위급 시 소방서와 응급관리요원에게 연결해 준다.

최 이사는 “현재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기술은 텔레케어의 2세대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기술은 노인의 활동과 동작을 측정·분석해 위험한 상황을 예측하는 3세대까지 나와 있다”고 말했다.

보통 4개의 활동센서가 실내에 설치된다. 노인이 밤에 수면은 제대로 취하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가는지, 또 욕실에서 낙상사고는 없는지 등 움직임을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비용은 월 3만 원정도. 센서가 추가된다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장비나 시설은 무료이며, 월 이용료를 받는 식이다.

치매노인을 위해 개발한 위치추적 기술 역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술은 용도를 바꿔 어린이 안심서비스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월 이용료가 5000원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지불능력이 없는 치매노인에겐 자녀가 관심이 없는 한 언감생심이다.

우리나라에 응급대응시스템 확산이 시급한 것은 고령층의 증가와 함께 낙상과 고독사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낙상은 국가의료비를 잡아먹는 ‘물먹는 하마’다. 뼈가 부러지면 병상노인으로 전락하고, 수발을 받는 노인요양보험 대상자가 된다. 이때부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국가의료비와 자녀의 부담이 가중된다.

응급대응시스템은 노인의 삶의 질 뿐 아니라 국가차원의 의료비 절감차원에서도 화급히 개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노인돌보미 헬스케어 실증사업을 진행한 대구시 심관택 주무관은 노인층에 대한 응급대응시스템이 상용화되려면 휴먼케어 입장에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도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의 건강증진과 예방을 도와주고, 참여를 끌어내는 수요자 니즈 주도의 기술이다.

하이디어솔루션 최규만 담당은 “영국은 노인의 90%가 응급돌보미 서비스를 받는다”며 “IT에 익숙한 베이비부머들이 노인으로 진입하면 스마트 응급대응시스템은 시장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속으로 고령화를 맞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기술대중화 분야가 PERS 시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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