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03.24 17:25

[뉴스웍스=김영길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한국기업연합회’로의 명칭 변경과 조직·예산 축소를 골자로 혁신안을 내놨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재계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동반자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전경련’이라는 간판을 50년만에 내리게 된 것이다.

전경련은 고 이병철 초대 회장(삼성그룹 창업주) 등 경제인 13명이 ‘한국경제협의회’라는 이름으로 1961년 1월 설립됐다. 1968년 전경련으로 간판이 바꿔달면서 재계의 핵심단체가 됐다.

전경련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경제 5단체’로 불렸고, 그중에서도 가장 위상이 높은 단체로 군림했다.

실제 전경련은 설립 초기부터 외자 도입과 수출자유지역을 건의해 기업규제와 수출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정부와 가교 역할을 통해 이해관계를 절충하며 제조업강국, 수출강국, IT선진국, 무역규모 1조달러시대 등을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설립초기부터 정경유착에 대한 폐단이 많았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오점 가운데 하나다. 설립초기에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불가피한 현상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경유착에 대한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경련과 정치권의 밀월관계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위상이 크게 약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주범으로 전경련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 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약속한 5대 그룹 사업 구조조정(빅딜)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일부 재벌총수는 전경련과 불편한 관계가 됐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경련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뜻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들어 위상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여론은 전경련을 정경유착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재계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낸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고 낸 이면거래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지우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전경련은 해체 대신 쇄신을 선택했다. 전경련은 이날 간판과 조직, 그리고 인력 축소 등이 포함된 혁신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혁신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는데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전경련의 혁신안 발표에도 '정경유착의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경유착의 수단이 사회협력 말고도 다양한 형태로 얼마든지 모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경련은 역대 정권에서 정경유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결과는 말뿐이었다.

전경련의 국민적 신뢰 회복은 자신들 스스로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만약 뼈를 깎는 쇄신이 없을 경우에는 즉각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서 비켜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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