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3.28 11:52

[뉴스웍스=고종관기자] 주방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가장 친근한 장소다. 하지만 노인에게 주방은 종종 위험한 장소로 돌변하기도 한다. 화재와 가스폭발 같은 큰 사고는 아니라도 조리용품에 손을 베이고, 심지어 화상을 입기도 한다. 그뿐인가. 인지력과 악력이 떨어진 노인은 조리용 기구를 조작하거나 양념통을 개봉하지 못해 쩔쩔맨다.

노인을 위한 주방의 개선은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디자인의 역할이 크다. 특히 화재와 관련된 주방시설보다 조리용품 분야가 더 그렇다.

따라서 고령친화형 주방용품을 개발하는 디자이너의 작업은 시각·청각·촉각 등 노인의 감각기능과 손동작의 능력을 잘 살피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른바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고령자라도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보편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199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유니버설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는 로널드 메이스가 제창했다.

주방용품으로 서구시장을 석권한 기업인 옥소(OXO)가 좋은 예다. 창업자 샘 파퍼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그의 아내를 위한 주방용품을 고안하다 1989년 옥소를 설립했다..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그리고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불과 20여년 만에 미국내 가정용 조리용품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는 다국적기업이 됐다. 주방용품 디자인만으로도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 고령자 시장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재 고령자를 위해 서구에서 팔리고 있는 흥미로운 주방용품 디자인 10선을 소개한다.

1)음료 수위 측정기: 시력장애자나 고령자에게 유용한 제품이다. 일반인도 용기에 음료를 따르다 넘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컵에 장착하는 이 제품은 음료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경고음이 울린다. 배터리로 작동되며, 자석이 부착돼 있어 냉장고 문에 상시 붙여 보관할 수 있다.

 

2) 식품 고정틀: 보통 식품을 절단할 때 한 쪽 손으로 붙잡아야 한다. 이때 손아귀 힘이 약한 고령자는 식품을 놓쳐 정확하게 자르지 못하거나 자칫 손을 베일 수 있다. 식품 고정틀은 악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한쪽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설계됐다.

3) 트롤리: 식탁까지 조리한 음식을 운반하다 음식을 쏟거나 손을 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가정에서 트롤리를 사용하면 이런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식품이나 음료는 물론 쓰레기통과 같이 무거운 생활용품을 운반하는 데도 필요하다.

4) 나사형 뚜껑 오프너: 악력이 부족한 노인에게 병 또는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오프너를 음료 뚜껑 위에 씌운 뒤 돌리면 어렵지 않게 열 수 있다. 오프너 안쪽의 미세한 홈이 접착력을 높여주고, 손잡이가 커 손아귀 힘을 집중할 수 있다.

 

5) 반달형 안전 칼: 치아가 부실한 노인은 음식을 잘게 썰어야 섭취할 수 있다. 이를 도와주는 안전한 칼이다. 손잡이를 잡고 누르면 둥근 칼날이 음식을 잘라 준다. 시력이나 악력이 부족해도 손을 베일 염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6) 보조 핸들: 주방에서 쓰는 시설에는 손으로 돌려야 하는 작은 손잡이가 많다. 노인들은 악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필요한 만큼 미세한 조절이 어렵다. 이때 이 보조손잡이를 활용할 수 있다. 병뚜껑, 도어 핸들, 스토브 스위치 등에 두루 쓰인다.

 

7) 미끄럼 방지 트레이: 균형감각이 떨어진 노인에게 필요한 제품이다. 또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최대 30도 각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설계돼 물건이 떨어져 발생할 수 있는 이차 부상을 예방해 준다.

8) 주전자 덤프: 손아귀 힘이 부족한 노인은 주전자를 들고 뜨거운 음료를 컵에 따르는 것조차도 위험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노인이나 관절염 환자와 같이 그립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설계됐다. 레버를 사용하면 안전하게 음료를 컵에 부을 수 있다. 다양한 주전자 유형과 호환되도록 설계됐다.

 

9) 수저 보조기: 손가락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이나 손 장애인을 위해 나온 제품. 그립에 포크를 끼워 손가락 기능이 떨어져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품이 나와 있다.

 

 

10) 원터치 분쇄기: 샐러드와 같이 식품을 잘게 썰어야 할 때 유용하다. 버튼만 누르면 노인들이 섭취하기 좋을 정도로 식품을 잘게 썰 수 있다.

다음은 노인이나 장애자를 위한 주방용품이 다양하게 소개된 사이트.

 

https://www.abilityaware.com/ http://www.livingmadeeasy.org.uk/

https://www.completecareshop.co.uk/ http://www.easierliv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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