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7.04.19 09:28

[뉴스웍스=남상훈기자]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지난 18일 주가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38년 금융맨 외길을 걸어온 성 회장의 발자취도 불명예로 얼룩지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성 회장은 물론 엘시티 특혜 대출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BNK금융그룹에게도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부산지법 김석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성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회장은 BNK금융지주 주가시세 조종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BNK금융지주가 지난해 계열 은행을 통해 부산의 건설업체 10여 곳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일부 자금으로 BNK금융지주 주식을 건설업체가 사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성 회장 등이 지시 또는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성 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증권 거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일반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성 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성 회장 변호인은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에 자사 주식매입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성 회장은 부산 배정고등학교와 동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1979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3월 부산은행장, 2013년 8월 BS금융그룹 회장에 올랐다.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 출신이 아닌 성 회장이 평범한 은행원에서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주변 사람은 그의 진솔함과 신뢰성을 꼽는다. 성 회장도 “화려한 치장 대신 솔직함으로 승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실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한다. 그만큼 그는 모든 일에 솔직하고 약속을 중요시했다.

그런 그가 왜 이 사건에 연류됐을까. 모두가 의아해 한다. 금융권에서는 성 회장이 은행장 연임을 위해 유상증자를 성공해야 했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주변을 동원해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의사회 의장 등을 모두 맡으면서 모든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도 이번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연임이라는 개인적인 욕심에다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수장의 전횡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앞으로 남은 재판결과가 나와야 이 사태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수사결과만 보더라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를 아는 사람들과 그를 믿고 따른 은행원들 또한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세상에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다. 특히 사람의 속은 더욱 그렇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옛말이 성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그는 물론 그가 속한 조직에게도 피멍을 들게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리더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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