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4.21 17:08
<사진=SBS 대선후보 토론 영상캡쳐>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가운데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재벌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2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의 기소장에 재벌들로부터 받은 뇌물수수액을 368억원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수수하기로 약속했던 금액까지 합하면 총 592억원이다. 이 중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만 298억원이고, 약속금액까지 합하면 433억원 가량 된다. 이에 더해 롯데가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에게 요구한 89억원도 뇌물수수액에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출석한 구본무 LG 회장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1988년 5공비리 일해재단 청문회에 출석한 고 정주영 회장은 “시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기를 가지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구 회장의 모습에서 30년 전 고 정주영 회장을 떠올렸다. 지난 30여년 동안 크게 변한 게 없다는 뜻일 게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재벌체제 개혁을 공약했다. 방법과 정도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광장의 민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20일 발표)에서 차기 대통령 중점과제로 ‘부정부패 척결’(19.7%)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초청대상 5인의 ‘재벌‧시장개혁’ 공약이다.(기호순)

◆문재인 ‘우회적 기업 장악 제한‧대주주 견제장치‧기업 독립성 보장’

<사진=YTN 영상 캡쳐>

문재인 후보는 재벌의 기업 장악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계열공익법인(재단), 자사주, 우회출자 등을 이용해 대주주 일가가 우회적으로 기업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의 영향력에 소액주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경제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사면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지주회사 설립 요건과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을 강화해 재벌의 기업 장악력을 약화하고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대기업의 구시대적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또 금산분리 강화로 재벌들의 제2금융권 지배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금융계열사들의 타 계열사 의결권도 제한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가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도 제시했다. 공직자가 민간에 부정한 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법령 근거 없는 민간기업 기부금 징수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기업 기 살리기‧규제 완화‧귀족노조 개혁’

<사진=YTN 영상 캡쳐>

홍준표 후보는 재벌개혁에 관한 공약을 10대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들의 기(氣)를 살려줌으로써 경기를 띄우겠다는 입장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먼저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살리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기업‧가계의 금리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으로 전환해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기 살리기 기조는 강성 귀족노조의 불합리 노동관행을 혁파하겠다는 공약에서도 읽을 수 있다.

다만 원‧하청 격차해소, 파견 근로자 권리보호 등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맞물린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또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대기업 세재감면 항목을 정비해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경제범죄 처벌 강화‧무분별한 확장 제재‧시장견제방안 마련’

<사진=YTN 영상 캡쳐>

안철수 후보는 기업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범죄에 대해선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불법행위 전력자가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도입해 복합금융그룹의 탈법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재벌의 부당 경영승계,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고도 밝혔다. 재벌이 공익법인(재단)을 이용해 상속세를 회피하거나 부당한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보유 요건도 강화된다.

시장 견제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고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집단소송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위원 선임과 의결을 투명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등 불합리한 시장구조에 대해선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유승민 ‘대기업 견제장치 마련‧비정규직 등 차별 금지‧근로문화 개선’

<사진=YTN 영상 캡쳐>

유승민 후보도 재벌‧대기업에 대한 개혁에는 힘을 뺀 모습이다. 유 후보는 재벌개혁을 직접 강조하기보다 중소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대기업에 대해선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 견제장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감 몰아주기 목적의 개인회사는 설립이 불허된다. 공정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재벌‧경영진에 대해선 사면‧복권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시‧지속 업무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게 하고 업종‧기업규모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 총량을 설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동일노동의 범주를 확대하고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이밖에 ▲퇴근 후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제한 ▲근로일 사이에 최소휴식시간 보장제도 도입 ▲연간 초과근무시간 한도 도입 ▲근로시간 기록‧보존 의무화 등 근로문화 개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심상정 ‘재벌 과세 확대‧재벌 권한 집중 방지‧지배구조 개선책 마련’

심상정 후보는 재벌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재벌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재정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인하됐던 법인세를 인하 전 수준인 25%로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이자‧배당‧임대‧양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에 10% 할증 과세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각종 부담금 징수 단가를 현실화하고 탈세기업‧사업자에 대해선 세금감면과 정부조달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재벌총수집단의 과대한 권한을 약화시키는 조치도 공약했다. 전경련을 해체하고 범죄이익을 환수하는 등 부정부패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순환출자 해소,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이 이뤄지고 기업분할명령‧계열분리명령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선 증여세를 인상하고 모든 불공정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방침이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도입하고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법제화해 불합리 의사결정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초과이익 공유분 30%에 대해선 세액공제하고 비정규 노동자 처우 개선, 정규직 전환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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