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3.30 09:53

오늘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외교안보 위기의 성격과 구조에 대한 정확하고 명료한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보통 북한과 중국과 일본 등으로 인한 외교안보 리스크를 논할 때, 낙관론과 비관론이 계속 교차하면서 안보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미루거나, 또는 전쟁위기를 평가절하 하며 비교적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탈냉전기 한반도와 주변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롤러코스터처럼 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북한정세에 대한 판단에서 ▲내부 반란 ▲개혁개방 ▲체제붕괴 ▲핵포기 ▲핵무장 등이 혼재했고, 미국과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도 최상의 관계와 최악의 관계라는 평가를 오가면서, 상황진단과 정책처방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편, 외교부는 최근 한반도와 주변정세의 심각성을 ‘삼중 파도’로 묘사하여 왔는데, 2017년 연두 업무보고에선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해 “냉전 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환경”이라고 평가하면서, 국제질서의 대변환, 동북아 역학관계의 재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을 그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 외교안보 위기의 성격과 구조에 대한 정확하고 명료한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외교부 연두 업무보고는 한국이 직면한 ‘전환기 국제정세’의 도전요인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감행 가능성과 핵무장화 근접, 그리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압박 등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효과적인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외교안보의 위기 의식과 안보정세에 대한 판단이 정부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정치와 정책공동체와 언론과도 충분히 공유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하여 정책 추진력도 반감되는 실정이다.

또 정세분석이 종종 현재의 현상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대응책도 이에 대응 하는데 그치는 경향이 있는바, 한반도 갈등과 분쟁 가능성을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동북아가 처한 안보국면의 본질과 구조에 대한 분석평가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국제정치에 대한 높은 예견력을 가진 존 미어샤이머 교수도 자신의 ‘공세적

현실주의’ 관점에서 한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의 열악성을 아래와 같이 지적한바 있다.

첫째, 현재와 같은 자조(self-help)의 무정부적 국제체제 하에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그 이유는 미국을 비롯해 위험한 주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북한에게 핵무기는 최후의 억지력이기 때문이다.

둘째, 급부상하는 중국은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했듯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려고 할 것이므로 협력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이를 위해 한국에 공세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이다.

셋째,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지역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걸 저지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한국과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미중 간 안보경쟁 와중에서 한반도는 잠재적 발화점이 될 수 있다.

넷째, 한국과 미국 각각에게 한미동맹은 최선의 선택인바, 강력한 한·미 동맹은 북한과 중국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력을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지나치게 구조적인 분석이 문제는 있지만, 한반도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안보경쟁의 본질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비로소 보다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처방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 냉전과 대립을 평화의 주요수단으로 제시하는 다양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세력전이이론)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가능한 전쟁의 양상으로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바, 그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 평가 및 예방조치도 필요하다.

그동안 언급된 주요 시나리오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급부상하는 중국의 패권도전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예방전쟁 ▲급부상한 중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하는 반패권 전쟁 ▲강대국 간 전쟁의 대규모 피해와 핵전쟁 가능성을 피하는 차원에서 상대 진영의 약소국(한국, 북한)을 상대로 하는 대리전쟁 ▲남북 간 세력전이, 오판, 사고 등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 ▲남북 간 분쟁이 강대국 전쟁으로 확전되는 연루전쟁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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