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7.04.25 14:20

[뉴스웍스=이소운기자] 치킨은 18~19세기 미국에서 탄생했다. 남부 흑인 노예들이 백인 주인들이 닭을 오븐에 요리(로스트치킨)하고 남은 날개·목처럼 살 없는 부위를 가져다가 기름에 튀긴 것에서 시작됐다. 이 요리법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대표적인 미국의 프라이드치킨인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이 전 세계로 널리 퍼지면서 치킨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앞당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치킨은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1주일에 1회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고, 78%가 가장 즐겨먹는 메뉴로 치킨을 꼽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치킨집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호프집 등 다른 업종과 함께 영업하는 곳까지 포함해 치킨집은 전국에 3만6000곳이 있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수(3만5429개)보다 많다.

한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도 매년 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치킨 시장 규모는 2002년 3000억원에서 2011년엔 3조1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닭고기 시장증가에는 치킨집 증가가 한몫하고 있다. 음식점 창업자 100명 중 7명이 치킨 전문점을 선택할 정도로 선호도도 높다.

창업의 대명사가 치킨집이라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 돈을 많이 버는 편은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액은 4억3100만원, 제빵·제과는 4억500만원을 기록했지만 치킨집은 1억1400만원에 그쳤다. 피자·햄버거(2억3000만원)는 물론 커피 전문점(1억6800만원)보다도 낮았다.

치킨업계가 이르면 5월초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BBQ가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지 한 달만에 다시 값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치킨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상이유는 간단하다.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 대행료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익률은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 AI사태로 매출이 10%가량씩 꺾였고 식재료 값까지 올라 가맹점주들의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는 것이 인상 이유다.

가격인상이 현실화되면 국내 치킨가격은 마리당 2만원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BBQ가 인상을 발표한 치킨은 2만원 미만이지만 이 회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판매 중인 메뉴 중에서는 이미 2만원을 넘는 치킨이 많다. 이번 인상으로 인해 치킨가격에 대한 기준자체가 2만원선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는 게 없다니 인상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문제는 물가인상과 가격부담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모든 물가가 오른 데다 2만원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치킨 주문을 줄일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킨집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겪을까 걱정이다.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지속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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