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4.25 16:29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는 법인세율을 낮추는 일을 우선시 하라고 백악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 인하에 나섰거나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제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데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박근혜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반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빌미로 법인세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다음 정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상대국이자 경쟁 국가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거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도 이 같은 국제적인 흐름에 적극 동참해 법인세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국내 투자가 살아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을 위해 좋은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주요국들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글로벌 기류를 반영해 차기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글로벌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통한 경제적 낙수효과를 취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만약 우리만 법인세를 올릴 경우 국내에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려고 하고, 해외에 있는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꺼려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4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베트남으로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2016년 미국에 대한 투자는 129억달러(14조6900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37%에 해당했다. 이는 전년(70억달러) 대비 84%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면 미국에 투자할 한국 기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가는 기업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그것도 여건이 좋지 않아 나간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는가. 하지만 한번 나간 기업이 다시 돌아오기는 결코 쉽지 않고, 온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연 반기업 정서 때문에 법인세를 올려야 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상 등 기업 투자를 옭죄는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