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4.26 17:13
<사진=JTBC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캡쳐>

[뉴스웍스=이상호기자]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은 요동쳤던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교육은 경제‧사회적 계층 이동의 기회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런 기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OECD는 72개국 15세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한국 학생들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인 6.36점(10점 만점)이었는데 OECD회원국 평균 7.31점보다 크게 낮았다. 조사에서 한국 학생 75%는 ‘학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불안은 교육 현장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간극에 기인한다. 과거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중 한 요소가 학별 집착이다. 과거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면 개인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측면이 있었고 사회는 이를 일종의 진리에 가까운 원리로 인정해왔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대학 입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초‧중‧고교 사교육비 규모는 18조1000억원으로 7년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회의 교육관이 하위 욕구 충족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고 가장 낮은 욕구는 ‘생리적 욕구’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지향하는 것은 하위 단계로 분류되는 ‘안전의 욕구’다. 즉,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위한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이 가장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의 시대에서 인간 소외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교육 현실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점이 나오는 요즘이다.

다음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초청대상 5인의 ‘교육’ 공약이다.(기호순)

◆문재인 ‘교육 시스템 개혁을 통한 균등교육’

<사진=SBS 대선후보 TV토론 영상 캡쳐>

문재인 후보는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공약했다. 민간의 공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누리과정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고 고등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발맞춰 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모든 고등학교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 입시도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수능전형 등 3가지로 단순화시키고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벌이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선 학교의 교육 변화도 예고했다. 중학교 과정에서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자유학기제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과정에는 대학교 수강시스템과 같은 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입시 위주 교육에서 소외됐던 예체능 교육을 대입 평가요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입시‧학사 비리를 저지른 대학은 정부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교육회의’라는 자문기구를 설치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홍준표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재정 지원’

<사진=SBS 대선후보 TV토론 영상 캡쳐>

홍준표 후보는 ‘4단계 희망사다리’라는 이름의 교육 공약을 제시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은 막겠다는 취지다. ‘흑수저’ 혹은 ‘무수저’ 후보라는 본인의 주장과도 상통하는 공약이다. 초‧중‧고교까지 학습 비용을 지원하고 대학 진학 이후에는 등록금‧기숙사‧취업 알선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방과후학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방과후학교 강사의 급여 보전액을 인상하고 예체능 방과후학교를 확대해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이다.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 방안도 제시했다. 학자금 대출 관련 부실채권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매각함으로써 채무를 줄여주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학생 진로 탐색을 위한 학제개편과 교육질 개선’

<사진=SBS 대선후보 TV토론 영상 캡쳐>

안철수 후보는 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실습시간을 확대하고 사범대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과정 이수 후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4차산업 시대의 교육을 담당할 교원을 양성하고 과중한 행정업무가 부과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인 학제를 초등 5년, 중등 5년, 고등 2년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는 고등교육기관 진학을 위한 ‘진학진로탐색학교’, 직업 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진로탐색학교’로 나뉜다. 과도한 입시교육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학생 스스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교육부를 폐지해 교육 정책을 시‧도교육청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교육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교육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역할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형태별로 교육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입시 위주 교육에서 해방’

<사진=SBS 대선후보 TV토론 영상 캡쳐>

유승민 후보는 입시 위주의 교육 타파를 교육 공약의 핵심 내용으로 제시했다. 입시에는 생활기록부와 면접‧수학능력시험만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논술‧소논문대회를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생이 직접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토론형 수업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객관식 지필고사’ 비중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와 외고는 폐지하는 대신 일반 고등학교에도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정책 개발을 위해 ‘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학교제도 전반을 법제화해 교육제도가 자주 바뀌는 혼란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무교육 확대와 교직원 처우 개선으로 공교육 강화’

<사진=SBS 대선후보 TV토론 영상 캡쳐>

심상정 후보는 공교육 시스템 강화를 공약했다. 유아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강화하고 교원의 지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먼저 3~5세까지 유아 3년을 공교육으로 편입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지방의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나타나는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학교총량제’를 도입하고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지역 거점별로 현재의 두 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직업계고 지원도 공약했다. 직업계고수를 현재보다 두 배로 늘리고 행재정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업계고 학생이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하면 고졸취업장려금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공무원직법’을 제정해 비정규직 교직원의 지위를 보장할 예정이다. 또한 총장직선제를 보장하고 초‧중‧고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사립학교의 비리임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으로 학교 내 민주화가 자리 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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