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05.05 09:18
인천 남동공단내 한 공장의 박스포장작업 현장. 납기일을 맞추기위해 휴일에도 근무자들 대부분이 출근, 작업을 하고있다.

[뉴스웍스=김영길기자]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에 있는 A사. 10여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박스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김모(48)씨는 “박스로 포장하는 작업을 하는데 납기일정을 맞춰야 해서 연휴 기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며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남들처럼 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의 직원 대부분은 주말과 일요일은 물론 근로자의 날(5월1일)을 비롯해 석가탄신일(5월3일)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5일 어린이날도 아이들이 있는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쉴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물론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쉬라고 하지만 마음대로 쉬기가 눈치가 보인다. 특히 자신이 빠질 경우 동료들이 그만큼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쉰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내놓기가 망설여진다.

인근에 있는 다른 공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1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B사도 전원 출근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B사 대표는 “연휴 동안 직원들을 쉬게 하고 싶지만 납품일정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6월께 돌아가며 월차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는 연휴가 두렵다”며 “직원들도 박탈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이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둘까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시화공단에 있는 기업들도 대부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C사에 근무하는 최모(53)씨는 “남들은 연휴라며 놀러갈 계획 세운다고 난리인데, 우리 같은 영세 기업 근로자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얘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 6일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황금연휴뿐 아니라 법정 공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현장에는 점점 사람이 줄어 외국인 노동자만 남아있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연휴기간에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린이날에다 어버이날까지 몰려있어 목돈이 들어가야 할 형편이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D사에 다니는 이모(42)씨는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한번 해야 되고 어버이날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되는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대출이자랑 세금 내고 나면 여윳돈이 거의 없어 걱정이다”며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오히려 근무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사에 근무하는 박모(58)씨도 “대기업 직원들은 급여가 높고 황금연휴까지 누리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며 “쉬고 싶어도 그나마 어렵게 얻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 연차나 월차를 내고 쉰다는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자신은 나이가 들어 괜찮지만 젊은 직원들을 볼 때는 가슴이 아프다”며 “이번 황금연휴와 같이 연휴가 이어질 때에는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모두가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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