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09 09:00
(왼쪽부터)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뉴스웍스=이상호기자] 5일 발표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주식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15조8882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아모레G 주식 7조7112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 주식 7조2025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차 주식 4조4973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4조865억원) 순으로 주식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희·이재용 두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합하면 23조907억원(삼성전자 시가총액의 7.23%) 가량 된다. 두 사람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것은 주식 보유량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이때,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악재와 호재의 공존

지난 2014년 5월10일 이 회장은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지금까지 투병 중이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병세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이 회장의 의식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일가에게 금품 등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구속됐고 현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7월 말 결심공판, 8월 말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을 기소한 특검이 20여명의 증인을 신청한 만큼 심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 주요 의제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두 사람이 경영 일선을 떠났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20일 201만4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다 지난 4일에 227만6000원까지 올랐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적게는 200만원대 후반, 많게는 330만원까지 상향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호황 속 역대 최대 실적 기록 ▲배당 확대 정책 ▲49조 규모 자사주 소각 등 세 가지 요소다. 주주의 이익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상승세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가만으로 기업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 앞에 놓인 과제가 악재가 될지 호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삼성그룹의 미래형 경영 전략은?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삼성은 지난 3월1일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다. 미전실은 기업 총수를 보좌하며 주요 의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브레인 역할을 했다. 미전실은 58년 전 삼성물산의 비서실이 그 뿌리다. 삼일절에 58년의 역사와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삼성, 새로운 토양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그동안 삼성은 그룹 총수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경영의 동력으로 삼았다. 특히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규모 투자는 삼성 총수의 경영 스타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현재 핵심 사업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는 1980년대까지 막대한 손실을 안겼지만 삼성은 사업을 접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삼성 총수의 강력한 지배력을 뒷받침한 것이 바로 미전실이다.

어느 사람, 조직이든 ‘공과’를 동시에 지닌다. 유독 이번 사태를 거치며 미전실의 과가 부각된 것은 삼성의 경영 방식과 현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상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전체의 의제를 다뤘던 미전실이 해체된 만큼 당분간 삼성은 계열사별 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와 금융으로 나눠 사업 투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전자와 생명, 물산이 각각의 계열사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 분명히 인식해야 할 지점은 있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불공정한 경제·산업구조 개선이라는 점이다. 기업 경영자의 비위에 대한 단죄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장기적으로 바라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선의 유력 주자들은 중소기업의 성장이 나라 경제의 주요 과제라는 인식 속에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삼성도 공정경제·동반성장이라는 요구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흐름을 타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축이 될 삼성은 선대의 그림자를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무대에서의 경쟁 못지않게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라는 엄중한 과제가 삼성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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