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5.08 12:00
<사진=삼성 블로그>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의 슈퍼호황이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어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의 내부 분위기는 심상찮다.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이 세 달째 이어지면서 투자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의 M&A와 투자는 멈췄다.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앞다퉈 진격하고 있음에도 삼성의 경영시계는 어두운 상황이다.

M&A와 대형 투자는 ‘올스톱’

지난해까지 삼성은 대형 투자에 거리낌이 없었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와 캐나다 디지털광고 스타트업 ‘애드기어’를 인수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 510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했다.

또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사들였고,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를 품에 안았다. 대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는 글로벌 1위 프린터 업체 미국 HP에 매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무려 9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사들였다.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이 분야에 본격 발을 디딘 지 채 1년도 안 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단숨에 전장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삼성의 M&A와 투자도 올스톱됐다. 출국금지 조치로 발이 묶인 상태에서 이 부회장은 검찰과 국회, 박영수 특검팀에 불려 다니기 바빴고 결국 현재는 뇌물공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 지주사 전환작업도 ‘막막’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은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5개월 만에 백지화 선언을 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자체를 흔드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체제 전환계획을 철회하면서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승계를 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계획이 철회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은 경영에 차질이 빚고 있을 것”이라며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이 들어가는 대형 M&A나 신사업 투자는 오너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글로벌 업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삼성은 총수의 부재로 그렇게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삼성의 진격은 올해 안에 막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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