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5.07 11:00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튿날인 11일 서울 순천향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이 회장관련 TV뉴스를 삼성서울병원 휴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시청하고 있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이건희 쓰러졌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급성 심근경색. 국내 1위 기업 삼성그룹의 긴 밤은 이렇게 시작됐다.

앰블런스를 기다릴 시간도 없이 비서진들에 의해 자택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이 회장은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회생했다. 기적을 잠시 기대했던 순간이었다. 이 후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 회장은 이튿날이 되버린 11일 새벽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스텐트 수술을 받는다. 심장은 재기능을 찾았지만 의식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사실상 선장없이 연방경영형태 선택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 긴 잠에 빠진 것이다. 이 후 삼성은... 1년전만 하더라도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과 미래 신사업 구상 등이 최우선으로 열거됐겠으나 이젠 아니다.

지난해 말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가 삼성을 휘청거리게 했다. 이 회장 와병 후 후계자로 등극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어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병상에서 아들의 구속 소식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이후 이 회장의 분신 같았던 그룹 미래전략실은 완전 해체됐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해체된 것이다.

이 회장 와병과 후계자 이 부회장의 구속. 이들의 가족에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는 삼성미술관 리움 미술관장직에서 물러났고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지난 달 자리에서 내려왔다.

국내 제1기업이자 세계적 다국적기업으로 올라 선 삼성그룹은 사실상 선장 공백기를 맞게된 것이다. 앞으로 삼성은 계열사 CEO들의 독립경영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각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매주 수요일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전문가 강연을 듣고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던 '사장단 회의'가 없어졌고, 그룹 차원의 공채도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룹 이름으로 유지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문을 닫았다.

‘오너리스크’ 아직까진 나타나지 않아

새로운 시도에 대한 결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삼성그룹의 얼굴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7 배터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단 투자자들은 오너리스크가 시스템 경영의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데 배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의 현재 상태는 나쁘지도 않아졌지만 더 좋아진 것도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구속 후 병실에는 부인 홍 여사와 두 딸인 이부진, 이서현 자매가 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측은 이 회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공식 브리핑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 와병 후 그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인터넷매체인 더팩트가 지난 2015년 6월 망원렌즈를 통해 삼성서울병원 VIP병동 건너편 건물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이 전부다. 당시 이 회장은 인공장비없이 자가 호흡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었다.

삼성은 오는 10일역시 개인정보인 만큼 이 회장의 최근 상태에 대한 브리핑은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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