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12 16:48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문 대통령이 매일을 숨 가쁘게 보내고 있다. 한 달 동안 나올 뉴스가 이틀 사이에 몰아 나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번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탄핵으로 탄생했다. 탄핵 국면에서 심화된 국내‧외 위협요소에 대응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직후 임기를 시작하는 초유의 시기를 겪는 만큼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귀에 ‘조금 천천히 하라’는 조언은 귀에 안 들어 올 것 같다.

이제 3일차를 맞이한 정부지만 국민적 기대와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1%가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조사(64%)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국민들이 정치효능감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국민 여론이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만든 만큼 국민의 정치 참여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이다.

임기를 시작한 날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에 임명하는지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국민통합과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현재까지의 인사에도 이런 기조가 읽힌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낙연 전남지사는 호남권 인사이면서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민의당을 의식한 인선이기도 하지만 정치권 전체를 의식한 인선이기도 하다. 보수지 기자 경력이 있고 국회의원 시절 여야에서 호평을 받았다. 때문에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기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 임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여야가 공히 수용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조국 민정수석 카드는 권력기관 개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조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조 수석 임명 이후 김수남 검찰 총장이 사임의사를 표명한 것은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 수석에 대해서는 현장 경험이 없다는 우려와 비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개혁의 적임자라는 기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대가 우려를 누르는 모양새다.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워낙 큰 탓이다.

10일부터 11일까지 미‧중‧일 정상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긴장완화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아베 일본 총리에게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전하며 우회적으로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부재했던 몇 개월 동안 한국 정부는 외교무대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행보다.

문 대통령은 데칼코마니의 한 쪽 면을 연상케 한다. 구중궁궐로 묘사됐던 청와대 시대를 청산하며 광화문대통령시대를 천명했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참모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정부 이미지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 스킨십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특검법 개정안이 무산됐을 때에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명의 의석을 모아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법안 통과가 어렵다. 때문에 국민여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국민 신임을 등에 업고 국회를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소야대의 정국, 국민의 정치효능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대통령과 국민의 연애가 갖는 의미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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