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17 17:31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도 내놓고 있다. 재계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불편할 수 있지만, 잘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재벌개혁과 공정거래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도움을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외환위기 이후 소액주주운동부터 시작해 20년간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전근대적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에 문제를 제기해온 재벌개혁 전문가로 꼽힌다. 재벌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집어내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도 붙어있다.

김 후보자가 본격적으로 재벌 견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1999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을 맡아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일하며 소액주주의 권리 증대와 재벌 감시 활동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 핫이슈가 된 집단소송제, 집중투표제,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등 재벌 관련 정책 대부분도 김 후보자에게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과 멀리하던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합류하며 처음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들였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 조윤제 서강대 교수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틀을 닦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역량 강화, 금산복합그룹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주도적으로 세웠다.

김 후보자는 진보 학자로 분류되지만, 진보진영에 쓴소리도 서슴지 않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벌개혁의 목표와 수단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금산분리는 중요한 원칙이지만 현행 규제가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는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주장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원칙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김 후보자가 기업을 잘 알고 있고 정책의 중요성, 소명의식도 있는 분이어서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잘못하고 있다면 개선하고 기업 잘못이 아니라면 다른 해법을 마련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도 "오랜 기간 공정경쟁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온 학자인 만큼 기대가 크다"면서 "이론과 현실경제를 조화롭게 접목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정책대안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김 후보자가 재계의 우려와 기대를 잘 아는 만큼 합리적인 판단으로 우리의 공정거래 풍토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가 공정거래 선진화와 재벌개혁에 어떤 목소리를 낼지 자못 궁금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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