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18 13:09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오늘은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이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제창됐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이번 기념식은 개식·국민의례·헌화·분향에 이어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기념사·기념공연·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으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각당 대선 후보, 여·야 지도부, 5·18유가족, 5월 단체 회원, 시민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만 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가 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며 지난 9년 동안 '국론 분열'과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이유로 보수 정권이 외면하고 홀대했던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1980년 5월 27일 최후항쟁 과정에서 전남도청에서 사망한 윤상원과 노동·야학운동 활동을 하다 1978년 운명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창작의 계기됐다. 5월 항쟁을 추모하고 윤상원·박기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창작 노래극이 만들어 진 것이다. 노랫말은 백기완씨가 1980년 서대문 구치소에서 지은 장시(長詩) ‘묏비나리’를 개작해 만들고, 이에 김종률이 곡을 붙이면서 1982년 완성됐다.

이 노래는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불렸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2004년 제24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악보를 보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2008년 기념식이다. 이날 행사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소절을 따라 부른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언론이 이 모습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보수단체의 반발을 샀고, 이명박 정부는 결국 이듬해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행사에서 제외하고 식전행사 중 하나로 합창단이 부르게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본 행사에 포함되긴 했지만 제창이 아닌,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등장시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로 지난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 5·18유족이 불참하는 '반쪽 행사'가 치러졌고 이듬해 기념식에서는 국가보훈처와 유가족이 국립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치르며 35년 만에 둘로 쪼개지기도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어찌 보면 결코 중요하지 않은 노래 하나로 분열이 된 것이다.

이제 5·18기념식 본행사에서 사라졌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다시 부활했다. 기념식은 기념식이고, 추모 노래는 노래일 뿐이다. 더 이상 이 노래를 둘러싼 이념갈등이나 국론 분열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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