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05.22 13:03

[뉴스웍스=김영길기자]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신설해 하청대리점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기업에서 도입되는 첫 번째 사례다.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유사한 형태로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딜라이브, 티브로드, LG유플러스 등에도 불똥이 튀어 비정규직 철폐가 민간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이르면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자회사가 생기면 대리점에 소속된 직원 5200명은 신설 법인의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지금까지 SK브로드밴드는 100개 대리점과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사후 고객관리(AS), 회원 유치, 인터넷망 설치 등의 업무를 맡겨왔다. 지금도 해당 직원들은 대리점의 정규직이지만, 원·하청에 따른 '간접 고용' 사례에 속해 노동계에선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SK브로드밴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에 대해 일부 대리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데 있다. 직원이 자회사로 흡수되면 기존 대리점은 폐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이날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 AS 관련 등 위탁업무를 하는 103개 홈센터 및 기업 서비스센터 대표와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보상책을 내놓으며 대리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대리점들의 반발이 심해 사태해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와 유사한 형태로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딜라이브, 티브로드, LG유플러스 등도 하청업체 직원들의 정규직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기아차 등 대형 제조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비정규직 철폐 바람이 민간부문으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도 SK브로드밴드와 마찬가지로 일부 대리점 및 하청업체들의 반발과 함께 비용부담이 배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규직화를 하지 않을 경우 죄인 취급을 받을까 두렵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제품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있던 일자리마저 없어지고, 원가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현실 상황에 맞게 정책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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