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5.22 16:31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팬택의 기술유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경영악화로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한 팬택이 보유 중이던 230여 건의 특허를 특허 전문기업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청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지난해 10월 말 230건에 달하는 미국 특허를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라는 회사에 양도했다. 골드피크는 팬택이 특허를 처분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18일 설립된 특허 전문회사다.

골드피크의 설립시기를 보면 팬택의 특허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팬택을 인수한 쏠리드와 함께 기획된 파트너사로 설립됐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획된 회사라면 팬택을 인수한 쏠리드의 모럴헤저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팬택을 인수한 것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팬택이 가지고 있는 특허권에 눈독을 들였다는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쏠리드가 지금까지 판 것이 팬택이 보유한 특허의 10분의 1도 안되는 것이지만, 쏠리드가 처음부터 특허권을 노린 인수였다면 앞으로도 계속 팬택의 특허를 팔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이같은 정황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쏠리드는 팬택을 살리기 위해 특허 처분이 불가피하고, 그나마 시간이 지나 특허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이를 매각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에 이롭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팬택은 올해 3월 말 현재 국내 특허 2036건과 해외 특허 1111건을 보유했고, 이미 감사보고서에서 '특허 수익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바 있다.

팬택은 “모회사인 쏠리드가 추가 특허 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스마트폰·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기술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금 사정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돈이 되는 특허는 몽땅 팔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팬택의 보유특허 처분이 추가로 이뤄진다면 팬택은 ‘빈껍데기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다 기술력까지 모두 유출된다면 ‘팬택’이라는 법인을 인수할 곳이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핵심기술이 중국과 같은 후발 스마트폰업체에게 넘어갈 경우 국가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큰 문제다. 팬택이 보유한 도난 방지 기술, 지문 인식 센서, 방수 기능 특허 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런 기술이 헐값에 넘어간다면 사실상 국부유출이나 다름없다.

팬택 매각에 앞서 우려했던 것이 바로 특허유출이다. 이 부분은 서울중앙지법이 2015년 10월 팬택의 회생 계획안을 인가할 때도 유독 신경 쓴 조건이었다. 이게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특허유출을 막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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