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7.05.24 12:15

[뉴스웍스=박명수기자] 스웨덴 볼보를 인수해 관심을 모았던 중국 지리(Geely·吉利)자동차가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국민차 제조업체인 프로톤을 인수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24일 보도했다.

프로톤의 모회사인 DRB-하이콤 그룹은 프로톤 지분 49%를 지리에 매각하는 계약을 이날 체결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톤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의 지분도 50~70% 확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설립된 프로톤은 동남아에선 유일하게 자동차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춘 업체다.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말레이시아의 고관세 정책 수혜를 입으며 동남아시아는 물론 영국과 호주 등에 수출을 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1993년 한때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의 74%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관세장벽이 허물어지고 기술력에서 뒤처지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급기야 지속적인 적자상황에 몰렸고 지난 2012년 국영투자회사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말레이시아 재벌인 시에드 모크타르 알부크하리가 이끄는 DRB-하이콤에 넘기면서 민영화됐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손실이 지속되자 매물로 나왔다. 올해 2월 마감된 본입찰에는 지리차, 프랑스 자동차회사 PSA푸조-시트로앵그룹 등이 참여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프로톤의 기술력 보다는 생산설비 등의 인수를 통해 아세안 회원국에 무관세로 차량을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스도 몰락의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였다. 로터스는 지난해 3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에 2760만파운드(약 40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은 1584대로 전년보다 242대 줄었다. 

지라차는 두 회사를 품에 안는다면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 인수에 나섰다. 로터스의 경우 복합소재와 차체 경량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차 입장에선 날로 엄격해지는 중국의 연비 기준을 충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프로톤을 인수해 동남아시장에서 보편화된 ‘오른쪽 운전석’ 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리차는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했으며 3년 후에는 런던택시컴퍼니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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