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25 17:55

예전 동양에서 벌어졌던 형벌 가운데에서도 가장 끔찍한 방식이다. 사람을 잡아다놓고 정해진 숫자만큼 신체를 자르는 형벌이다. 판관이 “1000번”을 명령했으면 형 집행자는 그에 맞춰 사람 몸을 잘라내야 한다.

조건은 그 횟수를 채우기 전까지 죄수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릉(丘陵)의 완만한 모습, ‘천천히’라는 새김의 遲(지)라는 글자로 형벌의 집행 방식을 표현했다. 陵(릉)은 凌(릉)으로도 적는다. 

한반도에서는 대개가 사람의 머리와 팔 다리 등 다섯 곳을 줄에 묶어 말이나 소가 끄는 수레에 연결한 뒤 마소를 달리게 해 몸 전체를 찢는 거열(車裂)의 형벌을 능지처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 잔혹한 형벌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서 목을 베는 일, 즉 참수(斬首)는 기본이었던 모양이다. 목을 벤 뒤 저자거리에 그를 걸어두고 사람들에게 보임으로써 전시 효과를 노렸던 일이 효수(梟首)다. 앞 글자 梟(효)는 맹금류인 올빼미 등을 지칭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달다’의 뜻을 얻었다. 저자거리에 그냥 시신을 방치하는 일이 기시(棄市)다.  

팽형(烹刑)이라는 형벌도 보인다. 역시 극형이다. 가마솥 안에 사람을 집어넣고 삶아(烹) 죽이는 벌이다. 토끼가 사라지자 그를 사냥할 때 필요로 했던 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의 兎死狗烹(토사구팽)이라는 성어에 등장하는 글자다. 

월형(刖刑)은 장딴지 일부를 자르는 형벌이다. 발을 잘랐다는 설이 있고, 관절의 일부를 잘라냈다는 설도 있다. 분명하지 않다. 비슷한 예로는 단근(斷筋)이 있다. 역시 발목, 또는 아킬레스건 등을 자르는 내용이다. 중국의 예에서는 요참(腰斬)의 형벌도 보인다. 사람의 허리를 작두 등으로 자르는 형벌이다.  

사람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하면 교형(絞刑)이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이 당했다는 형벌이 있다. 생식기를 잘리는 벌이었다. 바로 궁형(宮刑)이다. 여성도 간혹 그런 벌에 처해졌다. 그럴 경우에는 유폐(幽閉)라고 적었다. 모두 끔찍하고 잔인하다. 

삽면(鈒面), 경면(黥面), 자자(刺字)라고 부르는 형벌이 있다. 鈒(삽)은 ‘창’ ‘새기다’의 뜻이다. 黥(경)은 요즘 문신 새기는 일을 떠올리면 좋다. 刺(자)는 ‘찌르다’와 ‘새기다’의 뜻이다. 모두 그 대상이 얼굴(面)이니 문제다. 얼굴에 먹을 갈아 글자를 문신 새기듯 넣는 행위다. “이런 경을 칠 놈 같으니라구”라면서 남을 혼낼 때 썼던 말이다.  

청나라 때의 매질로 형벌을 가하는 장면이다. 옛 사회의 혹형은 종류가 많고 정도가 심했다. 능지처참, 거열, 허리 자르기, 뒤꿈치 베기 등이 우선 눈에 띄는 형벌이다.

얻어맞고 끝나면 그나마 좋을까. 태형(笞刑)과 장형(杖刑)이다. 싸리나무 등 가벼운 재질의 나무로 만든 회초리가 笞(태)다. 그보다는 무거운 가시나무로 만들어 때리면 杖(장)이다. 棍刑(곤형)이라는 형벌도 있다. 비슷한 맥락의 매질이다. 먼 곳으로 범죄자를 보내는 유형(流刑), 강제 노동에 종사토록 하는 도형(徒刑), 거기서 더 나아가 위에 소개한 참형(斬刑)과 교형(絞刑)의 사형(死刑) 등을 모두 ‘오형(五刑)’이라고 불렀다.

세월호 유가족의 발언이 지나치다. 대통령을 향해 “능지처참해야 한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어린 자녀를 잃은 아픔이야 모를 수 없으나, 사회를 향해 쏟아내는 울분이 이쯤에 이르면 아주 과하다. 아픔이 잘못 번져 저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에 닿고 말았다. 

옛 사회에서는 ‘울음을 멎다’는 의미의 졸곡(卒哭)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족을 잃은 사람의 아픔이 극도에 달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망자(亡者)를 저 세상으로 편안히 보내고, 한편으로는 슬픔을 누르며 사회의 생활인으로 차분하게 돌아오도록 이끌기 위함이다. 그런 점 따져보면 우리는 옛 사람들의 지혜에 퍽 못 미친다.  

<한자 풀이>
陵 (언덕 릉, 언덕 능): 큰 언덕. 능, 무덤. 가벼이 여기다. 업신여기다. 범하다. 넘다. 오르다. 불리다. 물에 담그다. 능이하다(차차 쇠하다). 짓밟다. 험하다.   
遲 (더딜지, 늦을지): 더디다. 늦다. 느리다. 지체하다. 천천히 하다. 굼뜨다. 둔하다. 오래다.  기다리다. 무렵. 이에. 이리하여.
裂 (찢을 열, 찢을 렬): 찢다, 찢어지다. 쪼개다, 분할하다. 터지다. 해지다, 무너지다. 마르다(옷감이나 재목 따위를 치수에 맞게 자르다), 재단하다. 거열.
梟 (올빼미 효, 목매달 교): 올빼미. 꼭대기. 영웅. 효용하다(사납고 날쌔다). 사납고 날래다  목매달다.
刖 (벨 월): (발꿈치를)베다. (발을)자르다. 위태롭다. 발꿈치 베는 형벌. 
絞 (목맬 교, 초록빛 효): 목매다. 목매어 죽이다. 비방하다, 헐뜯다. 묶다. 새끼를 꼬다. 검누른 명주. 땅의 이름. 초록빛(효). 염습(효).
鈒 (창 삽): 창. 새기다, 아로새기다.
黥 (자자할 경): 자자하다(刺字: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던 벌). 묵형하다(墨刑). 묵형(죄인의 이마나 팔뚝 따위에 먹줄로 죄명을 써 넣던 형벌). 
笞 (볼기 칠 태): 볼기를 치다. 매질하다. 태형.

<중국어&성어>
凌迟处死(凌遲處死) líng chí chǔ sǐ: 우리식 ‘능지처참’에 해당하는 중국어 표현이다. 
严(嚴)刑峻法 yán xíng jùn fǎ: 엄격한 형벌과 준엄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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