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7.06.12 09:0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최안나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 들어 처음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최근 이어지는 수출 회복에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확산되면 그동안 유지해왔던 완화적 통화정책을 재검토해 금리인상도 검토하겠다는 신호를 내놓은 것이다.

이 총재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저금리 기조 유지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도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이는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1.25%를 1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경기 회복 조짐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는 등 한국 경제 여건상 금리 인상 여력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4월에 공표한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이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성장세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양적 완화의 종료를 알리며 정책금리를 인상한 직후에도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올 3월 미 연준이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이 총재는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가능하면 완화 기조로 끌고 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기조는 지난달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또 한 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놓은 결정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이번주(13~14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한데다 급증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은은 금리 인상 검토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연 1~1.25%)하면 한-미 기준금리는 사실상 같아진다. 미국이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돼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커진다.

저금리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가계빚 급증을 유발했다는 인식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가 8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 한은도 그에 발맞춰 본격 금리 인상 움직임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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