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기자
  • 입력 2017.06.13 17:22

[뉴스웍스=박지윤기자] “치킨값이 2만원이라니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우리가 공급하는 원가를 보면 더욱 더 그렇다. 가맹점주들의 수입이 줄어들어 값을 올렸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제에 원가체계와 가맹점주들의 수입 내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양계협회가 참다못해 내놓은 주장이다. 양계협회가 잇단 가격 인상으로 ‘치킨 값 2만원 시대’을 연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해 단단히 뿔난 모양새다.

양계협회는 불매 운동은 물론 치킨 가맹점의 수입도 자체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양계협회가 이런 움직임은 닭고기 소비가 위축 되는 상황에서 치킨 값 인상이 소비 감소로 이어져 육계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심각함에서 비롯됐다.

양계협회는 지난 12일 가격을 올린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13일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격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운 가맹점주의 수입 문제와 관련해서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분을 가맹점주에게 상당 부분 돌려주겠다고 밝혔던 만큼 개별 점주들을 실사해 실제로 가격 인상이 이익 증가로 이어졌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양계협회는 무엇보다 자신들이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감안할 경우 치킨값을 올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되는 닭고기 가격은 연중 동일하기 때문에 조류독감(AI)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닭고기 공급가격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대비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해도 이번 가격 인상 폭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육계 농가 입장에서는 차라리 가격이 저렴해도 치킨 소비량이 늘어나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양계협회는 “그간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금단체의 ‘큰손’이라 가격 인상에 반대하지 못했지만 소비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닭고기 주문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하루 평균 닭고기 주문 물량은 52만8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만4000마리에 비해 19.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단히 화날 만 하다. 닭고기 소비가 줄어들어 AI 피해 농가들의 어려움을 키울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상식을 넘어선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역겹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을(乙)의 입장인 양계협회의 용감한 행동에 박수를 보낼 만 하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때다. 양계협회가 내놓은 원가와 가맹점 수입을 면밀히 조사해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용발생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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