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6.22 09:32

세계 4위 원전수출국 위상 흔들·서플라이체인 붕괴 우려

[사진=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제공]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새 정부의 ‘탈(脫) 원전’ 선언으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세계 4위 원전 수출국의 지위가 위협 받는 것은 물론 국내 원전건설 중단으로 인한 기술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또 원전 신규건설을 중단한 미국이 최근 34년 만에 건설을 재개한 점이나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했던 일본이 대체에너지 부족으로 결국 정책을 되돌린 점 등을 고려하면, 탈핵 선언이 그 동안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쌓아온 원전 기술만 퇴보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원전기술 수출국 위상 흔들

22일 업계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KN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 수출 등을 통해 400억 달러를 벌어들인 세계 4위의 원전 수출국으로 건설비용만 21조원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h) 원전 건설을 수주, 공사 기간 내에 완공하는 등으로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향후 60년간 운영수입도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UAE 등 한국형 원전 수입국들은 일단 수출국에서 1차 건설을 통한 검증을 거친 후 자국에 ‘쌍둥이 원전’을 건립해달라는 계약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현재 공정률이 27.6%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수출에 나설 경우 상대 국가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향후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중국이 독자 개발한 원전 기술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세계적인 원전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원전 수출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엔지니어링 등 산업계에도 악영향

‘탈원전’이 자칫 내수 시장을 침체시켜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원자력 발전 전체 과정)이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서플라이체인이 붕괴되면 원전 개발 업체들이 줄어들면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원전 폐기가 가속화될 경우 상대 국가의 신뢰 담보는 물론 아예 수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원전 설계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업체나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국내에서 원전 건설을 하지 못할 경우 어느 나라가 그 기술을 수입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체코 원전 건설 수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건설을 발주하는 나라들은 입찰한 회사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국의 원전 신뢰도도 평가한다”며 “원전 수주는 국가 대항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건설될 예정인 신규 원전은 대략 16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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