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7.06.23 10:43

[뉴스웍스=박명수기자] 중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물급으로 떠오른 자국 대기업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대상은 그동안 해외기업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5개 기업이다. 이번 단속은 이들 기업이 중국 금융시스템에 끼치는 리스크를 파악해 사전에 ’위기’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해외 M&A ’옥죄기’ 나선 당국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최근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긴급 회의를 연 뒤 은행들에게 주요 M&A 추진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대상 기업들은 정치적 커넥션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 M&A에 적극 나섰던 민간 기업들이다. 안방보험, 하이난항공그룹(HNA), 푸싱인터내셔널, 다롄완다그룹, 로소네리 스포츠 등 5곳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로소네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지난 2015년 초 이후 해외 투자에 무려 570억 달러(약 64조원)를 쏟아부은 상태다. 로소네리도 지난 4월 이탈리아 명문 축구팀 AC밀란을 8억 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이런 광풍에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2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게 됐다.

불어나는 부채 문제 해결에 비상이 걸린 중국 금융당국은 해당 기업들의 차입 상황과 관련 위험을 살펴볼 계획이다. 관련 은행들은 조사 결과를 규제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저 축소'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외 M&A에 '칼 빼 든' 이유는

중국 당국이 해외에서 기업 M&A에 적극적인 5대 기업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선 것은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체계적 위험'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당국은 중국 기업들이 고금리 투자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아 현금을 조달한 뒤 이를 기업 인수에 활용하는 방식을 우려해왔다. 이런 상품은 기업들의 채무 구조를 단기물에 집중하게 만들어 장기 수익과의 미스매치를 야기한다. 이는 부채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해외 거래 규모가 클수록 차입 비중이 커져 이러한 위험은 커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7%로, 신흥국 평균인 184%를 훨씬 웃돌았다. 2007년에는 비율이 15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10년 만에 부채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리우쯔칭 은감회 위험관리 담당자는 "은감회는 일부 대기업들의 체계적 위험과 이러한 위험이 다른 중소 은행들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도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정권이 올해 가을로 예정된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금융 위험 방지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앞으로 모든 역외 거래를 중단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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