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6.23 14:15

4대그룹 "공정거래 방향성에 공감…진솔하고 유익했다"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나 대기업의 변화가 기대에 미치고 못한다며 자발적으로 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주문은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부당 내부거래 등 개혁과제를 확실히 해소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요구했고,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영·의사결정구조 진화해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4대그룹간 정책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현재 대기업집단들의 모습은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진 만큼 각 그룹의 경영전략, 의사결정구조도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기업도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정보는 전달되었는데 적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공정위원장이 이런 오해와 조급증을 갖고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재가 능사는 아냐…자발적 변화 필요

재벌 개혁을 몰아치듯이, 때리듯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정위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나아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함으로써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오늘과 같은 대화의 자리가 일회성 행사,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개별 그룹과 협의하는 기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공정위원장으로서 저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며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 우리 기업이 또 다시 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4대그룹 "공정거래 방향성에 공감"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율 기준 강화 등 최근 논란이 된 정책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 참석자들은 구체적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공정 거래를 위한 정책 방향성에 대해 양측이 공감하고 소통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이번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이나 나라나 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어떤 분야에서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당하다고 느꼈고,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 하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지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도 "(김 위원장이) 양적 규제책보다는 질적으로,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대화를 통해 앞으로 잘 해나가겠다고 해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 사장도 "진솔한 대회가 오갔다“면서 ”자주 만나 이야기 하면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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