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연기자
  • 입력 2017.06.24 13:31

[뉴스웍스=이동연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24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지난 1948년 ㈜롯데를 창업한 이후 70여년 만에 ‘신격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퇴임했다. 이사로 등재돼있는 계열사는 롯데알미늄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1922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20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 우유 배달로 고학하며 기업가의 꿈을 키우다 1948년 도쿄에서 껌 회사인 ㈜롯데를 창업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후 초콜릿, 캔디, 아이스크림, 비스킷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종합 제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1980년대 중반 롯데상사와 롯데부동산, 롯데전자공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조국 한국에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의 꿈은 일본에서 사업 기틀을 다진 후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이루어졌다. 이후 음료·빙과 등 식품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키우는 한편 관광·유통·건설·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룹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1980년대에는 테마파크 롯데월드를 완공하고, 호텔롯데부산과 롯데물산을 건립해 유통·관광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1990년대는 동남아 및 일본, 미주 시장으로 식음료, 유통관광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가속화했고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닷컴 등의 계열사를 설립해 IT 사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대에는 식품, 유통, 관광·서비스, 화학·건설·제조, 금융 등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한편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창업 첫해인 1967년 매출 8억원에 불과했던 롯데가 90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자 염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도 문을 열어 그가 꿈꿔왔던 모습들은 살아생전에 완성됐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신격호 시대’는 여기까지였다. 무엇보다 지난 2015년 7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형제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신 총괄회장의 치부도 드러났다.

신 총괄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에 욕심을 내다 후계구도 정리 시점을 놓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신 총괄회장이 말년에 못 볼 것을 보았다고 하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무엇보다 맨손으로 거대 기업을 일군 그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그가 남긴 과(過) 보다는 공(功)이 더 커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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