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6.26 15:17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국내 피자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26일 ‘치즈통행세’ 등 이른바 '갑질 논란'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 잘못으로 검찰 수사에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지난 28년동안 미스터피자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가족점(가맹점)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초심을 잃은 탓일까. 지난해 4월 경비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갑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정 회장의 사퇴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 모른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미스터피자를 업계 1위로 올려놓았고, 그 성격 때문에 지금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단초가 됐다고 말한다.

시계를 1990년으로 돌려보자. 단국대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를 마친 정 회장은 1974년부터 동대문시장에서 '천일상사'라는 섬유 도매업체를 경영했다. '직원이 주인 돼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교육과 관리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결과, 1년 만에 동대문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매상이 됐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식견과 사업 감각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과감히 외식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사양화돼 가는 섬유산업 대신 올림픽 특수를 맞아 호황을 누리던 외식업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는 1990년 일본에서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들여 와 이화여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세우며 피자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피자 시장은 외국계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도전은 무모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메뉴 개발과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어나간 그는 결국 2009년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을 제치고 미스터피자를 국내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또 2010년에는 급기야 일본 상표권 자체를 인수하면서 피자업계의 신화적인 인물로 통하기 시작했다.

그의 신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해 2015년엔 중국 100호점을 내는 대기록을 쓰기도 했다.

욕심에 끝이 없어서 일까. 아님 '직원이 주인 돼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초심이 사라져서 일까. 정 회장의 성공신화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비원 폭행에 점주들에 대한 보복 영업, 치즈통행세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회장직을 내려놓는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미스터피자는 한 개인의 브랜드가 아니다.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은 국민들의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가 보여 준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한 개인의 파멸이 아니라 미스터피자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스터피자는 이제부터라도 투명경영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식브랜드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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